경남도가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양성평등기금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아 지역 여성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처럼 경남도 역시 여성정책이나 양성평등정책에 관심을 주지 않다 보니 이전 민선 7기 집행부에서 추진됐던 성주류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젠더문제는 우리 사회 주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젠더정책이란 양성평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면서 성별 불평등을 만드는 구조적 혹은 제도적 차별 문제를 완화·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과거 문제인식의 핵심이었던 차별 프레임이 시간이 갈수록 약화해 오면서 성평등정책은 성별 불평등의 해소보다는 여성 사회참여나 기회 확대 쪽으로 중심이 이동되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젠더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젠더갈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잠복하고 있으면서 사회 내부적인 갈등을 심화하고 언젠가 폭발로 이어질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정책과 성평등정책이라는 두 개의 방향으로 분화하고 있는 젠더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재원이 있어야 한다. 즉, 지난 민선 7기 도정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양성평등기금 100억 원 조성을 계획한다고 약속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남도에선 2021년 20억 원, 2022년 10억 원의 양성평등기금을 적립하였지만 내년도 적립 예산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양성평등기금은 성주류화 정책의 추진을 위해 사용되는 최소한의 도구인데도 기금 적립에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경남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오히려 여성단체들은 박완수 도지사가 지방선거 후보 시절 약속한 3차 경남도 양성평등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2023~2027년 시행될 세부 과제와 성인지 예산 계획을 세워서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나 의지 정도는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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