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 공동체가 경제와 개발 논리 앞에 무너졌다. 행정과 기업은 조선 기자재 공장이 들어오면 마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렸다. 거대 자본과 행정은 찬성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며 흔들었다. 반대 주민들은 삶터를 지키고자 치열하게 싸웠다.

결과적으로 조선 기자재 공장은 들어오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반대 주민들의 승리로 보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찬반 주민 가운데 웃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몸에 난 상처와 달리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이야기다.

당시 행정과 기업이 효율성만 따져 주민들에게 들이민 계산서에는 오로지 경제 개발에 관한 것들뿐이었다. 심지어 조선 기자재 공장이 마을에 끼칠 영향을 조사한 환경영향평가는 축소·왜곡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초에 조선 기자재 공장 설립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이에 들어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한 셈이다.

행정과 기업은 언제나 그랬다. 수익성을 먼저 따졌고, 표가 되는지 계산했다. 약자인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주민들 의견은 그렇게 경제적 이익보다 과소 평가됐고 뭉개졌다.

수정마을 문제가 있고서 10년이 더 지났지만 권력과 자본을 앞세운 강자들의 논리는 오히려 강화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 수정마을 주민들이 찬반 할 것 없이 다시 모였다. 행정과 기업이 등 떠미는 개발 말고 주민과 마을이 함께 살 방법을 직접 찾기 위해서다. 찬반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의지가, 이들의 온전한 회복이 강자들의 논리를 깨부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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