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단의 월드컵 행진은 끝났다. 하지만 두 번째 원정 16강이라는 여운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경남에는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축구인이 제법 있다.

박창선 감독.
박창선 감독.

김해 출신으로 김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 PCS FC를 운영하던 박창선(68) 감독은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해 아르헨티나전에서 중거리 슛으로 득점했다. 이 골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넣은 첫 골로 기록됐다. 더구나 상대는 슈퍼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끌던 시절의 챔피언 아르헨티나로, 당시 대회 우승을 차지한 팀이었다.

진주 출신인 조광래(68) 대구FC 대표이사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 24강전 2차전에서 불가리아와 경기를 벌였는데 0-1로 뒤지던 상황 조광래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종부가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1무 2패로 승점 1점에 그쳤고 최종 순위 20위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던 1954년보다 선전한 것이다.

김종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종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통영 출신 김종부 중국 허베이FC 감독도 멕시코 월드컵 멤버이다. 1983년부터 1990년까지 A매치 25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그중 하나가 멕시코 월드컵에서 불가리아를 상대로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측면에서 올라온 조광래의 크로스를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다이렉트 발리슛으로 넣은 동점 골이다. 이 골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점을 획득하게 만들어 준 골이었다. 

유병옥 감독. /경남도민일보DB
유병옥 감독. /경남도민일보DB

마산 출신인 유병옥(57) 마산공고 감독도 멕시코 월드컵에 수비수로 출전했다.

역시 마산 출신인 이흥실(61) 김천상무 단장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로 출장해 1경기를 소화했다.

설기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설기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여기에 경남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경남FC 감독을 맡은 설기현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박창선 감독은 "아쉬운 경기도 있었지만 예선 3경기 다 열심히 했다"며 "마지막 브라질 전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브라질이야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술력이나 조직력이 뛰어났기에 전반전을 어렵게 보냈다"며 "끝까지 만회 골을 만들어낸 것은 높이 살만하다"라고 말했다.

김종부 감독은 "과정이 어떻든 한국 축구도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며 "경기 내용이 많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또 "팬들은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백승호 이강인 등 다음 세대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더 큰 기대를 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병옥 감독은 "이번 멤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축구가 많이 상승했다고 생각했다"며 "패싱이나 빌드업을 봐도 우리 선수들이 이리 잘하는지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선수로 손흥민과 김민재를 꼽았다. 그는 4년 후에는 더 높은 곳을 욕심내도 되겠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설기현 감독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결과가 좋았다"며 "브라질전에는 최선 다했지만 인상 깊은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MVP를 뽑아달라는 주문에는 "모두가 다 잘했다"라고 말했다. 아쉬웠던 점은 "실점을 너무 쉽게 했다. 이른 시간에 실점하다 보니 상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그게 후반전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게 발목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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