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
“노란봉투법 제정 불씨 지키겠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올겨울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을 옥죄기 위해 악용되는 반헌법적인 손해배상소송을 막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구시대적 노조법 2·3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도 법 개정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오전 8시 50분께 창원시 성산구 반지동 운동장사거리에서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과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 직원(임동선 사무처장·이소정 정책기획국장·김경옥 대외협력국장)들이 출근길 차량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몸에는 ‘노란봉투법 즉시 제정’이라 쓰인 팻말을 걸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20일 넘게 노란봉투법을 알리려 출근길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여영국 위원장은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가게 되면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성은 더 또렷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제정 불씨를 부여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이 출근길 도로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을 알리고 있다. /김다솜 기자
6일 오전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이 출근길 도로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을 알리고 있다. /김다솜 기자

이 불씨는 19년 전 겨울에 시작됐다. 2003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단조공장 냉각탑 옆에서 배달호(50) 씨가 몸에 시너를 붓고 불을 붙였다.

그는 2002년 두산중공업 파업에 동참했다가 회사로부터 65억 원 상당 손배가압류가 걸렸다. 손배가압류로 모든 걸 빼앗긴 노동자는 생활고로 어려운 사정과 해고자 복직을 바란다는 내용의 유서만 남기고 불꽃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해 여 위원장은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경남본부 조직부장으로 노동 운동에 투신하고 있었다. 그는 “배달호 열사 분신 사건을 지켜봤기 때문에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내가 노란봉투법 제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여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에 입문했다. 여 위원장은 “전태일에게 대학생 친구가 필요했듯 배달호에게 정치인 친구가 하나 있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며 “노동운동만으로는 노동자 삶을 짓누르는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정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노란봉투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여전히 노동자 쟁의 행위에는 대가가 따르고 있다. 그사이 수많은 노동자가 손배가압류로 목숨을 끊었고, 지금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점거 농성은 470억 원 손배가압류로 돌아왔으며, 이제는 화물 노동자들의 사법 처리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여 위원장은 “민주당 내 일부 개혁적인 의원들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지만 정당 내에서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회의장이 국민의힘에게 노란봉투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 처리하겠다고 압박하고,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제정을 당론으로 처리시켜야 이 중요한 법이 연내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의석 수 2.01%. 국회의원 6명만 남은 정의당이 할 수 있는 건 노란봉투법 제정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일이다. 정의당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지난 10월 정의당 대표 후보로 나선 5인 모두 ‘노란봉투법’을 1호 입법 과제로 꼽았다. 지난달 16일에는 정의당 의원단이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출근길 선전전으로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여 위원장은 “출근길 선전전에서 노란봉투법이 뭐냐고 물어보는 시민들을 만난다. 노란봉투를 월급봉투로 알고 돈 넣어주는 거냐, 심지어 쓰레기봉투를 주는 법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손배가압류로 노동자 삶이 무너지고, 싸울 방법이 사라진다는 걸 알려주면 다들 없어져야 하는 법이라고 공감해준다”고 전했다.

배달호 열사가 당긴 불씨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정의당 경남도당은 내일도 출근길 선전전에 나선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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