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근길 문답 중단 이유로 언론 탓
국정 운영할 깜냥 있는지 자문부터 해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지 16일이 지나간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 '설전'이 직접적인 중단 원인이지만, 윤 대통령이 이제 더는 대언론 나아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진 게 더 큰 원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유를 "그동안 대통령들이 보여준 '제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민 누구와도 소통하고자 함"이라고 주장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과의 대화 2회, 국내 기자회견 7회로 '쇼통'만 있고, 소통은 없던 청와대에서 '출근길 문답'이 일상이 된 열림과 소통의 '대통령 문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했으나 무색해졌다.

대통령실은 개선 방안을 고민한다지만 문답이 이뤄지던 자리에 세워진 가벽은 '의지 없음'을 강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화살을 언론에 돌린다. "출근길 문답을 정책적 이슈를 다루거나 국정 지향을 논하는 품격 있는 소통의 자리로 만들고 싶었으나 갈수록 휘발성이 높은 현안 질문, 대통령이 답하기 민망한 사소한 질문들이 나왔다"면서다. 그러나 문답 중단 근본 원인인 국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낳은 건 윤 대통령이다. 이에 더해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증폭한 건 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명이다. 대통령실은 성문 분석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고 하나 그 전문가가 누구인지, 자문 내용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분별 없는 언행도 문제지만, 그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참모진의 허술한 업무처리 능력이 일을 더 키우는 측면이 크다.

최근 국외 순방 때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은 그 정점에 있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MBC의 순방 동행을 불허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순방 취재단을 구성할 때 전용기 내 기자들이 쓸 좌석 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데 있었다. 이 탓에 취재단 수가 전용기 탑승 가능 인원수보다 4명 더 많아지는 상황을 초래했고, 이 중 3석은 기자단 내 양보·조정으로 해결했으나 나머지 1석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때 대통령실이 들고나온 게 'MBC 기자 탑승 배제'였다.

대통령실은 지난 순방 때 왜곡·편파 보도와 재발 방지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은 자신들의 미숙한 업무 처리가 빚은 촌극을 덮으려는 '꼼수'나 다름없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MBC에 덮어씌운 것도 모자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았으니 출입 기자단이 '순방 동행취재 전면 거부'라는 강경책까지 언급한 것이다.

출근길 문답이 중단되자 국민의힘은 MBC 기자 복장과 태도를 지적하며 여론 물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러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을 중간에 자르거나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반말로 국민을 하대하는 대통령 태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본인들이 국정을 운영할 깜냥을 지녔는지 또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김두천 자치행정1부서울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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