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해지시지급금 규정 심사 미흡
협약 탓 항소심 이겨도 800억 원 부담
도의회, 찬반 토론 없이 동의안 가결
박완수 "도 감사위, 조사해 공개하라"

경남도의회가 2015년 11월 토론 한번 없이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 실시협약’ 관련 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심사보고서에는 민간사업자 귀책시에도 해지시지급금을 줘야 한다는 조항을 우려하는 대목이 일부 담겼으나 상임위 등에서는 별다른 논의 없이 의결만 했다.

경남도·창원시·로봇랜드재단-민간사업자 경남마산로봇랜드주식회사(PFV·대우건설 컨소시엄)가 체결한 실시협약에는 민간사업자 귀책에 따른 협약 사업중단 때도 투자비용 중 81.5%를 경남도와 창원시 등이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내년 1월 12일 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항소심에서 완전승소하더라도 800억 원(경남도 400억 원+창원시 400억 원)가량의 혈세를 지출해야 하는 까닭이다.

펜션·호텔·콘도 등 2단계 숙박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 2단계 사업 현장.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와 로봇연구센터만 들어서 있다. /경남도민일보DB
펜션·호텔·콘도 등 2단계 숙박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 2단계 사업 현장.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와 로봇연구센터만 들어서 있다. /경남도민일보DB

10대 도의회는 <마산로봇랜드 사업 실시협약 동의안 심사보고서>에서 “애초 사업자(울트라건설 컨소시엄)와의 협약 내용에는 ‘민간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행정이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 실시협약에는 ‘행정이 총투자비의 81.5%까지 책임’을 지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민간투자법 준용에 대한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공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사업 추진에 철저를 기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런 우려를 문건에만 적어뒀을 뿐 당시 도의회는 일사천리였다. 심사보고서를 보면 ‘주요 질의 및 답변 요지 : 생략’, ‘토론 요지 : 없음’, ‘심사결과 : 재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원안 가결’이라고 돼 있다. 찬반 토론도 없이 홍준표 전 도지사 제출 동의안만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동의안의 첫 머리에는 “민간투자자의 귀책사유로 협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에도 해지시지급금을 줘야 해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적 부담이 발생해 의회 동의를 얻고자 함”이라는 핵심 사유가 담겨 있었다. 행정이 앞장서고, 의회는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다.

마산로봇랜드는 1·2단계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1단계는 민간 1000억 원(로봇테마파크 놀이공원), 공공 2660억 원(연구개발 센터·로봇전시관·로봇체험시설·컨벤션센터·기반시설) 등 총 예산 3660억 원이다. 2단계는 호텔(160실), 콘도(242실), 펜션(104실) 등을 짓는 사업으로 민간사업자가 3340억 원 모두를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민간사업자는 1단계 로봇테마파크만 조성한 뒤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했다. 펜션 터를 팔아 대출금 50억 원을 1차로 갚아야 하는데, 행정이 제때 1필지를 지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1단계 투입비용 1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2단계 숙박시설 건설도 중단됐다.

도 담당부서는 이와 관련해 민간 귀책 사유에도 해지시지급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 독소조항이 아니라는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가 시공 과정에서 하도급 등을 주면서 이익을 얻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해지시지급금 비율을 81.5%로 한 것은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민자 유치에는 도움이 됐지만, 향후 문제 발생은 고려하지 않아서다.

민간사업자로서는 실시협약 조항을 근거로 사업해지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아 강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우건설컨소시엄 이전 사업자인 울트라건설 컨소시엄 때는 해당 조항이 없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2015년 홍준표 전 도지사와 안상수 전 창원시장이 주도했던 실시협약의 화살은 김경수 전 도지사와 허성무 전 시장을 넘어 박완수 도지사와 홍남표 시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소송에서 완전승소하면 800억 원을 물어야 하고, 완전패소하면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1671억 원의 혈세를 쓰게 된다. 경남도가 법무담당관실 소속 전담 법무팀을 꾸려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박 지사는 5일 오전 도 실국본부장회의에서 “무지갯빛으로 출발한 로봇랜드 사업이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추진되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수천억 원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소송까지 가게 된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 감사위원회에서 올해 안으로 로봇랜드 사업의 첫 단계부터 현재까지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어떤 기관의 책임이 있는지, 경위가 어떤지 등을 상세히 조사해 도민들 앞에 명백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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