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 평등 수준 OECD 하위권 맴돌아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여가부 폐지라니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 11장이 떨어져 버리고 이제 마지막 장만 남았다. 올해도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길 '어른들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고, 어린이들은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낀다'고 한다.

2022년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어머니의 농담이 생각나 헛웃음이 난다. 나도 어릴 적에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심심해… 심심해… 뭘 하지?' 하고 물으면,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심심하면 간장에 물을 타서 먹지 그래'라고 농담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속도와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달라서 한 해를 보내면서 드는 생각과 느끼는 것은 각자 다를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2022년 한 해를 보내면서 이태원 참사, 산업재해로 말미암은 죽음, 생계형 일가족 자살 등 너무 가슴 아프고 억울한 죽음들이 머리에 맴돌면서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참, 21세기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은 과연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지난 여성운동의 성과로 1980년대부터 성 불평등한 법들이 개정되고 성평등 관련 법들이 만들어지면서 그에 따른 제도들도 정비되었다.

이에 성 평등 측면에서 볼 때 아직 그렇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지난 30여 년 동안 조금씩 여성의 삶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원에서 발간된 <2020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이고, 성차별은 5위, 성별 임금격차는 1위로 OECD 국가 중 성 평등 수준이 아주 낮다. 이것 또한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여성운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등장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를 당연하다고 봐야 할까. 아직도 가정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다른 행정부처로 이관한다고 한다. 현 여성가족부는 자기 행정조직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성차별과 성 불평등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속해 온 가부장적 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산업화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농촌 기혼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농사짓는 일을 하는 이중적 역할을 했고, 미혼 여성들은 산업화 시기에 산업전사로 저임금을 받으면서 외화를 벌었다. 남성들은 국외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외화를 벌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이중노동과 남성들의 노동을 통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은 그 노동의 대가를 받아왔지만 여성들은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지속적으로 싸워 미흡하지만 현재 여성의 사회경제적 수준으로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2022년을 보내면서 2023년에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치료되길 바라면서 아직 잔존하는 성차별과 성 불평등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서 성평등을 향한 달리기에서 빠르게 달리지는 못해도 거꾸로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강인순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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