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대종경> 인과품 24장에는 사나운 개에 대한 말씀이 있다. 총부 부근의 사나운 개가 제 동류에게 물리어 죽게 되어 비명이 처량한지라, 소태산대종사 측은하게 보시고 "저 개가 젊었을 때에는 성질이 사나워서 근동 개들 가운데 왕 노릇을 하며 온갖 사나운 짓을 제 마음대로 하더니, 벌써 그 과보로 저렇게 참혹하게 죽게 되니 저것이 불의한 권리를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주는 일이라, 어찌 개의 일이라 하여 가볍게 보아 넘기리요" 하며 사람도 그 심성이 진급기에 있는 사람과 강급기에 있는 사람이 있다 하였다.

고불(古佛) 맹사성(1360∼1438)은 조선 초 좌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19세에 장원급제하여 파주 군수로 부임하였다. 자만심이 가득하여 고을에서 존경받는 무명선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쁜 일 하지 않고 좋은 일만 하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압니다." 맹사성은 못마땅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다. "어린아이도 다 알지만 실천에 옮김은 팔십 노인도 어려운 일이지요." 떠나려는 맹사성에게 "차나 한잔 들고 가시지요." 스님이 차를 따르는데 차가 가득 넘쳐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이에 맹사성이 "스님 찻물이 넘쳐흐릅니다"라고 말하자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어찌 지식이 넘쳐 인격을 망치는 것은 모르십니까"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맹사성이 부끄러움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급히 나오다가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자 스님이 말하였다. "몸을 낮추면 머리를 부딪칠 일이 없지요." 맹사성은 그 일로 깊이 깨달음이 있어 그 후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한 청백리가 되어 후대에 이름을 남기는 정승이 되었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돈이나 지식이나 권리가 많으면 그것이 도리어 죄악을 짓게 하는 근본이 되니, 마음이 바른 뒤에야 돈과 지식과 권리가 다 영원한 복으로 화한다" 하였다. 또 "작은 재주로 작은 권리를 남용하는 자들이여! 대중을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지 마라. 대중의 마음을 모으면 하늘 마음이 되며, 대중의 눈을 모으면 하늘 눈이 되며, 대중의 귀를 모으면 하늘 귀가 되며, 대중의 입을 모으면 하늘 입이 되니, 대중을 어찌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리오" 하였다.

우리 민족은 흥과 끼가 많은 민족이며, 또 인정과 눈물이 많은 민족이다. 우리의 흥과 끼는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고,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내 자식, 내 가족같이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 따뜻한 민족이다.

그러면서 무서운 국민이다. 잘못하는 정권에는 철퇴를 내리고 정의를 세워서 역대 대통령을 4명이나 감옥에 보낸 무서운 국민이다. 또다시 촛불의 물결에 국민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권력의 남용이 처참한 말로를 맞는 슬픈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진성 원불교 김해장유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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