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특징부터 세부 표현까지
매일 기록하고 반복해서 연습
"짓눌린 느낌 사라지고 짜릿해"
각종 대회에서 노력 결실 얻어
"목표요? 평생 춤을 출 거에요"

김태덕 창원대산고 교사는 “매일 연습하며 지적한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수첩에 써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많은 학생을 가르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 교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와 제27호 승무 이수자이다. 수첩 주인공은 창원대산고에서 예술중점교육과정으로 ‘한국무용’을 배우는 김가령(3학년) 학생이다.

김가령 학생이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적은 수첩 중 한 쪽. '한영숙류 태평무' 주의점 등을 글과 그림으로 적어놨다. /김가령
김가령 학생이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적은 수첩 중 한 쪽. '한영숙류 태평무' 주의점 등을 글과 그림으로 적어놨다. /김가령

◇“노력파” = 가령 학생은 지난해부터 한국무용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 토·일요일 중 하루는 쉬고, 나머지는 방과 후 오후 5시~10시 사이 연습을 한다.

지금까지 작성한 수첩은 손바닥만 한 크기 4개와 A4용지 크기 연습장 1개가 있다. 수첩을 살펴보면, 가령 학생이 한국무용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엿보인다.

한국무용은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에 맞춰 고요함 속에 움직임,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을 뜻하는 ‘정중동’, 동작의 숙련도 등으로 평가한다. 현대·실용 무용과 달리 동작의 연결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그러면서도 맺고 푸는 게 정확하고 들숨과 날숨 때 동작이 커졌다가 묵직해지는 표현력 등을 갖춰야 한다.

가령 학생은 그런 것을 제대로 익히려고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한 수첩에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터벌림 장단에 맞춰 팔·다리 동작과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스스로 발전할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처음에는 연습량이 많은 건지 적은 것인지 몰라서 횟수를 표시하다 지난해 말쯤부터 지적받은 것을 적기 시작했고, 글로만 적으면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간단한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수첩은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 때 무엇이든 잘하고 싶은 욕심과 인정받으며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는 무용이 재미없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사실 저는 남들에게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서, 몰래 숨어서 혼자 연습하고 그랬거든요. 어느 순간 잘 못하니까 연습을 하는 것이라는 거라고 깨닫게 됐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게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령 학생은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돌이켜보게 됐고, 무엇이 두려운지를 깨닫게 되자 생각을 실천으로 바꾸게 됐다고 했다.

한국무용을 하는 창원대산고 3학년 김가령 학생이 동읍의 우리춤연구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한국무용을 하는 창원대산고 3학년 김가령 학생이 동읍의 우리춤연구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김태덕 교사는 “가령이는 끼가 있다기보다는 노력파이다. 순서도 비교적 빨리 외운다”며 “매일 적은 수첩을 보고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지,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키도 크고 팔이 길어서 춤 선이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가령 학생의 노력은 각종 대회에서 수상으로 증명되고 있다. 가령 학생은 지난달 (사)한국국악협회 경상남도지회 주최로 열린 ‘2022년 가야국악대전 12회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무용 부문 ‘국악대상(경남교육감상)’을 받았다. 가령 학생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도 최우수상(경남교육감상)을 받았었다.

또 올해 9월 창원대 주최 24회 추계 전국 초중고학생 무용경연대회에서 한국무용부문 ‘특상’, 앞서 5월 26회 춘계 전국 초·중·고등학생 무용경연대회에서도 한국무용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상국립대 주최 무용경연대회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령 학생은 김 교사 덕분에 많은 공연 경험을 쌓았다. 비용을 아낄 겸 스스로 분장도 배우고, 선배들이 입던 의상을 물려받기도 했다. 한국무용 의상은 한 벌에 300만 원에 달한다.

가령 학생은 학교 춤 동아리 친구들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쳐 주고,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가령 학생은 “친구들이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가르쳐주면 금방 익히고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가령 학생은 우리 고유의 얼을 담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국무용에 푹 빠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한국무용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춤출 것” = 가령 학생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적부터 춤을 좋아했다. 어머니 말을 들어보면 느린 노래에는 슬프게 춤을 추고, 각종 재롱잔치에는 빠진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예체능 계열 과목을 모두 다 좋아한다고 했다.

창원동중학교 시절에는 ‘반가 경연’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경연은 기존 동요나 가요의 가사를 바꿔 해당 학급만의 노래를 만드는 방식이다. 가령 학생은 반가를 만들면서 안무를 만들고 동선을 짜는 역할을 했다.

가령 학생은 춤을 추면 짜릿하다고 했다. 무언가에 짓눌린 듯한 답답한 느낌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또 다 같이 협동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안무를 구성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의견이 부딪치기도 하는데, 창의적인 의견을 내면서 자존감이 올라가고, 해냈을 때는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했다.

무용가로 ‘세계 최고’ 같은 거창한 목표는 꿈꾸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직업이 아니더라도 평생 춤을 출 것이라고 했다.

요즘 가령 학생은 조만간 발표될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오는 3일 진주시전통예술회관에서 ‘교방 굿(Good) 거리로 놀자’, 10일 합창단과 함께, 16일 성주무용단 정기공연 겸 요양병원 봉사활동 등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1월 3일 자 박유민(경남예고 2학년) 학생에게는 318만 2000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18만 2000원)이 전달됐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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