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준 토양정화 70%가량 진행
폐석고 6만t 처리 후 작업 이어가야
민간협의회, 공정•신뢰성 문제 제기
“폐유 처리 등 부적절…재조사해야”
부영 반박…“신속하게 작업 이를 것”

창원시 옛 진해화학 터 토양정화 작업이 또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옛 진해화학 터 오염 토양 정화 작업을 감시·검증하는 민간환경협의회는 사업이 다시 표류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8월 현장에서 발견된 폐유가 임의 처리됐다며 검증기관 입회·현장 조사도 촉구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옛 진해화학 터 정화작업은 2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과제다. ㈜부영주택은 화학비료를 30여 년 동안 생산해온 진해화학 터(51만 4718㎡)에 아파트를 짓고자 2003년 사들였다. 중금속·폐유·폐석고 등에 따른 토양·해양오염 민원이 제기됐고 길고 긴 토양정화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옛 진해화학 터에서 토양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표세호 기자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옛 진해화학 터에서 토양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표세호 기자

◇조치 명령과 고발 = 그동안 창원시가 부영에 내린 토양정화 조치명령은 7차, 명령 불이행에 따른 고발은 6차까지 이어졌다. 폐석고 처리와 관련한 진해구청 명령·고발은 11차까지 진행됐다. 창원시가 내린 7차 토양정화 조치명령은 한 차례 연장돼 올해 말이 기한이다. 진해구청이 내린 폐석고 처리 명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화 작업은 더디다. 11월 기준 남은 폐석고는 6만t가량이다. 토양정화 작업은 70% 진행됐다. 일의 순서를 봤을 때 연말까지 토양정화 마무리는 불투명해졌다.

창원시는 “토양정화 작업은 폐석고를 우선 처리하고 나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폐석고 처리가 연말까지 진행되면 토양정화 작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정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7차 고발과 함께 8차 토양정화 조치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환경협의회는 토양정화 연말 마무리는 불가능하다면서 내년 상반기를 넘겨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협의회는 “부영은 지난해 12월 폐석고를 모두 처리했다며 진해구청에 신고했지만, 현장 점검에서 땅속에 묻혔던 폐석고가 새로 더 발견됐고 이를 처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부영은 애초 새로 발견된 폐석고가 22만 5000t이라 말했지만 협의회는 최소 30만t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견되는 폐석고가 늘어날수록 토양 정화 기간도 무기한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창원시 진해구 진해화학 터 정화 작업 현장. 민간환경협의회는 폐유가 나왔음에도 부영이 임의로 처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환경협의회
올해 8월 창원시 진해구 진해화학 터 정화 작업 현장. 민간환경협의회는 폐유가 나왔음에도 부영이 임의로 처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환경협의회

◇의심 받은 신뢰성 = 협의회는 특히 토양정화 과정에서 투명성·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폐석고 굴착 작업 중 폐유가 발견됐지만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폐유는 지정폐기물 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하고, 폐유와 혼재된 폐기물은 검사를 통해 지정폐기물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하지만 부영은 현장에서 발견된 폐유가 지정폐기물(기름 성분 5% 이상)이 아니라고 보고 일반폐기물로 처리했다. 지난 6월에는 토양정화 작업을 마친 터에 세륜시설 폐수가 무단 방류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폐기물 적법 처리와 토양오염 재조사 등이 이행될 때까지 현장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상호 협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불신만 커지고 환경정화사업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기한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영은 이르면 다음 주 진해화학 토양정화 검증을 맡은 신라대학교와 폐유 발견·세륜시설 폐수 방류 지적이 있었던 터를 조사할 예정이다.

부영 관계자는 “세륜시설 폐수 방류는 관련 업체가 과태료 처분을 이미 받았다. 폐유는 일반폐기물 처리 업체가 폐유 처리업체와 계약을 하고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며 “남은 폐석고가 30만t 이상이라는 협의회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폐석고 처리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토양정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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