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내년 예산 편성 안 해 추가 확보 없어
도 "재정 여건 열악, 지방채부터 갚아야 해"
올해 신설한 중소기업투자기금엔 35억 원 편성
여성, 청년, 사회적가치 찬밥 신세 우려 나와

경남 양성평등기금과 남북교류협력기금, 사회적경제기금에 편성된 경남도 내년 예산(전입금)이 0원이다. 경남도의회에서 집행부를 향해 기금처럼 예측할 수 있는 예산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한다며 쓴소리가 나왔다. 박완수 도정에서 여성, 사회적기업 가치 등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30일 ‘2023년도 경남 기금운용계획안 예비심사’ 중 양성평등기금을 심의했다. 도 여성가족국은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고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00억 원을 목표로 기금을 쌓고 있다. 첫해 20억 원, 지난해 10억 원을 적립했다. 하지만 내년도 수입은 이자수입인 3100만 원 정도뿐이다. 도는 내년에 기금을 배정하지 않았다.

문화복지위윈회가 양성평등기금을 심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윈회가 양성평등기금을 심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전현숙(국민의힘·비례) 도의원은 “양성평등기금 부침이 있었다. 2015년에 폐지됐다가 지난해 부활했다. 목표 기금을 어느 정도 조성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내년에 반영된 예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남용(국민의힘·창원7) 도의원은 “기금은 특수한 목적을 갖는 예측 가능한 예산이다. 조례까지 제정해놓고 본예산에 없으니 어불성설이다”며 “도 재정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조례로 당연히 확보해야 할 예산이다. 양성평등기금에 대한 애착이 덜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29일 기획행정위원회에서도 나왔다. 장병국(국민의힘·밀양1) 도의원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심사하며 “전입 예산이 없다. 올해 11억 원을 받았는데 올해 적립액이 없다. 기금 계획도 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중장기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 도 재정 여건이 어려워 0원으로 편성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출도 없다. 기금 예산 확보도 하지 않고 사업을 할 의지도 없다. 이렇게 운용하면 기금 존립 목적을 잃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19년 20억 원, 2020년 20억 원, 2021년 13억 원, 2022년 11억 원을 쌓아왔다. 반면 내년도 수입은 이자수입 6400만 원에 불과하다. 또 지출 규모도 크게 줄었다. 자치행정국은 도민 평화·통일교육 사업에 50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사업비 3억 9000만 원보다 78% 줄었다.

전현숙 도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전현숙 도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김상원 도 행정혁신과장은 “기금 100억 원대가 목표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 급하게 가기보다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교류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예산 운용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기금이 60억 원 정도 적립돼 내년까지 사업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재정을 합리적으로 쓰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사업을 활발히 재개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설치된 사회적경제기금에도 내년에 편성된 전입금은 없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 강화·안정적 경영기반 구축을 지원하려고 만든 기금이다. 도 예산담당 관계자는 “도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당장은 지방채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중소기업 육성·투자를 촉진하려고 올해 신설한 중소기업투자기금에는 내년도 전입금 35억 원이 배정됐다.

도는 내년 행정기구를 개편하며 ‘여성능력개발센터 운영 조례’를 폐지해 센터를 여성가족재단과 통합했다. 또 사회적경제추진단을 사회적경제과로 변경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회적경제과 내년도 예산액은 130억 원 정도로 올해 308억 원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이에 대해 한 도의원은 “기금뿐만 아니라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집행부가 여성이나 청년, 공익활동 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 조례 정비나 조직 개편으로 어느 분야가 축소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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