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경남도민일보에 김의곤(59) 독자가 기고한 이태원 참사 추모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가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읽혔습니다.

'이태원 173-7/그 좁은 골목길에/꽃조차도 놓지마라/꽃들 포개지도 마라'라는 시구가 기성세대에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9일 김의곤 씨를 만난 곳은 창원에 있는 한 허름한 단층 컨테이너 건물이었습니다. 김 씨는 간판·광고물 제조를 업으로 하는 여느 중년 아저씨와 다름없는 평범한 사장님이었습니다.

김 씨는 제목으로 쓴 '미안하다'와 '용서하지 마라'에 담은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이미 세월호를 경험했지 않습니까? 젊은 세대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참사 경험이 있었음에도 기성세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해서 또 다른 희생양으로 아이들을 떠나보냈다는 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죠."

미안함과 죄책감은 비단 김의곤 씨만 느낀 감정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시민이 이태원 참사를 보도로 접한 후 애도의 꽃조차도 차마 놓지 못할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왜 국가배상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부터 하느냐, 배상받아봤자 우리가 사랑하는 158명 희생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28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65명이 모여서 정부의 무책임함을 성토했습니다. 그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소통창구를 만들어주지 않아 스스로 모여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습니다. 시민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참사를 '정권의 위기'로 인식하고 탈출할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지요.

/김연수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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