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 '재난'으로 규정한 정부
국민 안전·편익 지켜왔는지 되묻길

"지금은 모두가 합심해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 "경제를 발목 잡고 국민 일자리를 망가뜨리는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철 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은 이제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이런 행위로 국민경제가 휘청거리고 다수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는 악습을 더는 두고만 볼 수는 없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통령은 물론, 국토교통부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까지 연일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위에 정리한 발언은 지난 6~7월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당시 대통령과 장관들이 내놓은 메시지다. 최근 쏟아낸 말들이 지난 파업 때와 너무 닮아 찾아본 것이다.

레퍼토리는 똑같다. 먼저 경제 위기론이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자, 정부, 언론에서 '지금이 호황기다', '경제가 팽팽 돌아간다'고 한 적은 없었다. 이어 파업을 주도한 이들을 '귀족노조', 또는 '강성노조 수뇌부'로 지칭하고 선량한(?) 노동자 또는 국민과 벽을 쌓고 선을 그어 분리한다. 그들이 하는 투쟁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지만 손톱 만한 잘못이라도 꼬투리 잡아 불법으로 낙인 찍어 버린다.

"집단의 힘으로 민생과 국민경제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데 대해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편익, 그리고 국민의 편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 드립니다." 역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때 정부가 했던 말이다. 우선 '국민의 편에서 대응하겠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서 국민과 파업 노동자는 같지 않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편익'이라는 말도 눈에 확 들어온다. 이 말을 했던 이들에게 이태원 참사 때 국민 안전과 편익을 잘 지켰는지 묻고 싶다. 지금도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자유, 자유, 자유를 수없이 외쳤다. 역시 자유를 좋아했던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국가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외부 사회의 침략과 폭력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는 일. 둘째, 사회 내 다른 구성원들의 불의나 억압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일. 셋째, 공공사업을 시행하거나 공공기구를 유지해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이다.

두 번째 역할은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과 권력과 힘을 가진 이들이 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약탈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약자들은 강자인 자본가 권력과 힘에 대항하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있다. 심지어 이상민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했다. 종합하면 지금 이 땅에는 국가가 없거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설령 국가가 있다고 해도 노동자들은 그 국가의 주인은 아닌 것 같다.

/유은상 논설여론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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