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 섬사람들 전어잡이 노동요
2004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보존회 회원 민속놀이로 보전해
다섯 마당으로 이뤄진 연희
꽹과리·북·장구 등으로 풍악
어부 삶·애환·생활 양상 재현

“허기야 디야차 갈방애야 에야 디야 갈방아야/ 이 방애가 누 방앤고 에야 디야 갈방아야/ 경상도로 내려와서 에야 디야 갈방아야/ 우리 마도로 들어오거든 에야 디야 갈방아야/ 어기여차 도장원 방애다 에야 디야 갈방아야/ 어기야 디야차 갈방애야 에야 디야 갈방아야~.”

지난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전어 배의 무사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이 있었다. 방아소리라는 게 흔히 노동요로 농사를 지을 때 불리고 하는 것이지만 이곳에선 어촌에서 어로작업을 하면서 불러 독특한 문화가 되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마도갈방아소리는 2004년 3월 18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28호로 지정됐다. 일단 마도는 어디에 있는 섬인지, ‘갈방아’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짚어보자.

마도는 사천 남서쪽 해안에서 약 1㎞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삼천포대교를 타고 창선쪽으로 넘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조금 큰 섬이 바로 마도다. ‘갈방아’라는 말은 면사 그물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그물실에 막을 입히는 재료인 ‘갈’을 방아에 찧는 행위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첫째 마당에서 장정들이 갈방아를 찧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첫째 마당에서 장정들이 갈방아를 찧고 있다./정현수 기자

◇어떤 이유로 생겨났을까 = 마도에서 말하는 이 ‘갈’이라는 것은 옛날에 풋감을 찧어서 그 즙으로 염색하던 것을 말한다. 하지만 대형 어선에 사용되는 전어잡이 그물에 사용하기에는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여 인근 하동장에서 파는 소나무 껍질을 이용해 갈을 만든다고 한다.

전어잡이용 큰 그물에 갈물을 들이려면 대략 3~4가마니의 가루가 필요한데, 부녀자들이 이걸 다 찧기엔 너무 힘이 들어 방아는 장정들이 작업했다. 큰 절구통에 소나무 껍질을 넣어 장정 4~6명이 떡메로 내리찧기를 3~4시간은 해야 충분한 분량의 가루가 나온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장정들이 갈방아를 찧다 잠시 휴식을 취학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장정들이 갈방아를 찧다 잠시 휴식을 취학고 있다./정현수 기자

사천 마도갈방아소리는 사천시 동서동에 있는 마도 섬사람들이 전어잡이 어구 등을 손질하면서 부르던 소리를 이르지만, 연희가 된 뒤로는 바다에 나가 전어를 잡아 돌아올 때까지 전 과정에서 부르는 소리를 포함한다.

1960년도 이후에는 면사 그물과 노 젓는 배도 사라져 갈방아소리가 점차 불리지 않다가 2004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갈방아소리 보유단체인 사천 마도갈방아소리보존회 회원들이 어부들의 삶과 애환, 어촌의 생활 양상을 재현해 민속놀이로 보전하고 있다.

특히 전어잡이 하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향토적 특색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전통적인 전어잡이 작업 과정, 그물과 같은 어구를 손질하는 방법을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 전승하고 있다는 점도 큰 가치를 지닌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주민들이 갈방아를 찧은 갈에 그물을 넣어 갈을 입히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주민들이 갈방아를 찧은 갈에 그물을 넣어 갈을 입히고 있다./정현수 기자

◇등장인물과 소품들, 그리고 연희의 구성 = 연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풍물패와 깃대잡이, 앞소리꾼과 뒷소리꾼, 선주 내외, 갈방아꾼, 갈푸는 여인, 무당과 악사, 그 외 마을 사람들이다.

풍물은 갈방아를 찧을 때는 꽹과리가 중심이 되지만, ‘쾌지나칭칭나네~’하고 부르는 칭칭이 소리에선 여러 악기가 사용되므로 북과 장구, 징, 사물이 함께 어울린다. 깃대에는 ‘마도 갈방아소리’ ‘마도갈방아보존회’ ‘대어만선’ 등과 같은 문구가 들어간 기를 걸었다. 여기서 ‘대어만선’은 남해안 지역의 풍어기다. 깃발도 남신과 여신의 기로 나뉜다. 남신 깃발은 검은색 무늬가 가로로 새겨졌고 여신 기는 오색 문양이 가로로 놓였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주민들이 갈방아를 찧은 갈에 그물을 넣어 갈을 입히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주민들이 갈방아를 찧은 갈에 그물을 넣어 갈을 입히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리고 갈방아소리에 무당이 등장하는데, 이는 남해안 별신굿에서 뱃고사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이날 공연 때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무당 외에도 종종 당산할미인 해미광대, 파계승, 광대와 각시광대 등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모두 당산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희는 모두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갈을 찧는 첫째 마당, 갈을 퍼서 먹이는 둘째 마당, 뱃고사 지내는 셋째 마당, 고기를 잡는 넷째 마당, 성사를 기뻐하는 다섯째 마당으로 구분된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무당이 배위에서 뱃고사를 지내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 때 무당이 배 위에서 뱃고사를 지내고 있다./정현수 기자

◇갈방아소리 다섯 마당에 나오는 소리 = 첫째 마당인 갈방아 찧는 마당에선 소나무 껍질을 절구통에 붓고 남자 2개 조 8명이 절구통을 둘러싸고 떡메를 내리치며 방아를 찧는다. 이때 앞소리꾼(박용준 예능 보유자)이 여기저기를 거닐면서 소리를 한다. 이때 부르는 소리가 이글 서두에 인용한 가사다.

둘째 마당은 갈을 먹이는 마당으로 여자 2개 조 8명이 절구통 주위에 둘러서고 방아꾼이 찧어놓은 갈을 떠서 솥으로 옮긴다. 이때 어부들은 면사 그물을 솥에 넣어 갈을 먹이기 시작한다. “얼씨구나 갈을 퍼거라 에야 디야 갈방아야/ 우리네 선원들 잘도 한다 에야 디야 갈방아야/ 이 일을 끝내고 놀고 놀자 에야 디야 갈방아야/ 업고나 놀자 이고나 놀자 에야 디야 갈방아야~.”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무당이 배위에서 뱃고사를 지낼 때 선주의 집안에서는 정화수를 떠서 무사안녕과 풍어를 빌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무당이 배 위에서 뱃고사를 지낼 때 선주의 집안에서는 정화수를 떠서 무사안녕과 풍어를 빌고 있다./정현수 기자

셋째 마당은 뱃고사를 지내는 과정이다. 무당이 배 위에 올라가 소리를 하며 고사를 지내고 어부들은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이때 앞소리꾼은 소리를 하지 않고 무당만 북 반주에 소리를 한다. “앞도 당산 거리로다~ 뒷도 주산 거리로다~/ 이 동네 이 골 당산 이 당산 신령님네/ 천왕산 신령님네 목신 신령 거리로다/ 목신 장군 거리로다 우리 석신 장군 거리로다/ 사해용왕 거리로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어선이 전어잡이를 위해 그물을 놓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어선이 전어잡이를 위해 그물을 놓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정현수 기자

넷째 마당은 고기잡이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배가 바다로 나가고 전어 떼를 발견해 그물을 치고, 전어가 가득한 그물을 당기는 과정이다. “가자 가자 어야~ 디야 전어 잡으러 어야 ~디야/ 강지 바다에 어야~ 디야 들어온 고기 어야~디야.” 이어서 그물을 당기는 소리를 하는데, 이는 소리를 통해 일꾼들의 동작을 통일하기 위함이다. “아∼여∼사리야 아∼여∼어∼여∼/ 야∼여∼사리야 야∼여∼어∼여∼/ 이 살 저 살 야∼여∼어∼ 여∼/ 중살로 땡기라 야∼여∼어∼여∼.” 소리가 짧고 힘차다.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어부들이 전어가 든 그물을 당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정현수 기자
10월 29일 사천시 대포동 어촌계 회관 광장에서 열린 사천 마도갈방아소리 공연에서 어부들이 전어가 든 그물을 당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정현수 기자

마지막 다섯째 마당은 만선을 기뻐하며 어부와 마을 사람 모두 나와 칭칭이를 부른다. “쾌지나칭칭나네” 하고 부르는 화합의 노래다. 앞소리꾼이 선창하면 풍물패, 갈방아꾼 등 출연자, 그리고 관람하던 시민들도 나와 어깨춤을 추며 후렴을 따라 하면서 연희를 마친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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