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거처 국토부 장관 명령
민주당 "위헌성 있는 명령 철회하고 교섭부터"
정의당 "반헙법적 폭거, 해결 의지·능력 없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위헌성이 큰 반헌법적 폭거"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29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운송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정부는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고자 부득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 전국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추고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상황이다. 국민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발생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화물차주들에게 업무 복귀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자 당시 참여정부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이듬해 도입했다. 그 뒤 한 차례도 쓰인 일이 없다가 이번에 18년 만에 처음으로 발동됐다.

국토부는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운수종사자는 명령을 전달받은 다음 날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일간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 취소(2차 처분) 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과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정부에 "위헌성이 큰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대화와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외형상 법치주의를 내걸었으나 법적 처벌을 무기로 화물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낮은 운임, 과적·과로로 말미암은 안전사고 등 열악한 노동환경 관련 정부의 고민이나 개선 의지는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화물차 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요구를 무시하는 점도 질타했다. 그는 "노동자의 절박한 호소와 합의 이행 책임을 철저히 외면했다. 법치라는 미명으로 화물운전자에게 운전을 강요한다고 해서 화물노동자와 국민 안전이 자동으로 지켜지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유지, 품목 확대를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은 정부 책임을 물은 것이다.

민주당은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은 '커다란 지장', '심각한 위기', '정당한 사유' 등 모호한 문구로 이뤄져 그동안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경제 상황이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한 만큼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유지 요구가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는지를 정부가 법원과 국회를 상대로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로 취급한 화물기사들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합법 노조여서 파업할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도 문제다. 예컨대 비조합원은 물론 일반 조합원도 화물연대 파업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일손을 놓았다고 주장했는데도 이를 반박해 처벌하기는 매우 어려운 노릇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업무개시 명령을 집행하려면 명령서를 보내야 하는데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개별 화물 노동자에게 명령서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또 국토부가 업무 개시 명령을 개시하더라도 14일이 지나야 효력을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업무개시명령 불복 시) 형사처벌에 필요한 구성 요건도 불명확해 위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업무개시명령을 "반헌법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를 "상황 해결 의지도 능력도 없고, 오직 독선과 아집으로 상황을 파국으로 이끄는 무능한 집단"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불법 딱지를 마구잡이로 붙여 여론을 호도해 국민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건 국정운영 명분과 자신이 없는 정권이 국면 전환에 사용한 방식"이라고 질타했다.

구체적으로 "안전운임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국토부 직무유기와 무능부터 바로잡아라"면서 "사회적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뻔뻔하게 노동자를 겁박하고 무관용을 언급하는 국민 모독 행위도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의원은 국토위 소집을 요구했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노동탄압 수단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악용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며 "업무개시명령 기준을 악용하지 않도록 엄격히 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확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