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상인 점포 입점 제한 비판 커져
영호남 화합 상징성 퇴색시켜선 안돼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화개장터는 전국에 알려진 유명 관광지다.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화개장터 가사에도 잘 나와 있듯이 섬진강을 경계로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이 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옛적부터 경남과 전남 주민들의 교류가 잦았다. 그래서 영호남 화합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터이기도 하다. 수년 사이 화개장터에서 2번의 화재와 물난리로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러한 상징성 때문인지 전국 각계각층에서 도움 손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화개장터를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하동군은 지난 17일 화개장터 점포 신규 입점자 공개 모집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모집 분야는 8개 유형 74칸으로 사용기간은 2025년 12월 31일까지이다. 신청 자격은 공고일 현재 하동군에 주민등록을 둬야 하고, 농특산물·먹거리 분야는 과거 3년 이상, 잡화·체험·기념품·대장간·엿장수 분야는 과거 1년 이상 하동군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문제가 된 건 공개 모집 대상을 하동군민으로만 제한을 둔 내용이다. 하동군은 지역 제한을 둔 이유로 호남 상인 대상 점포 입점 근거 부족과 그동안 쌓였던 화개장터 상인들의 불만을 들었다.

하동군은 화개장터 화재 이후인 2016년부터 3년마다 화개장터 입점자를 모집해 왔다. 74개 점포 입점자 모집에 신청자는 입점 점포수를 넘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 당시 입점 조건도 하동군에 주소를 두고 실거주였다. 입점을 원하는 호남 상인 2명이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했으나 제한 조건이 논란이 일면서 결국 특별 입점 형태로 2개 점포가 호남 상인에게 배정됐다. 2019년 입점자 모집 때도 특별 입점 형태로 이뤄져 3개 점포가 호남 상인에게 돌아갔다.

특히 하동지역 상인들은 지정된 품목으로 입점할 수 있었는데, 호남 상인 점포는 하동군 배려로 품목 지정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하동지역 상인들은 호남 상인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고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하동군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번 신규 입점자 제한으로 호남 상인 점포가 없어지게 되면서 해당 상인 반발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호남 화합 상징성을 퇴색시키는 지역 이기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하동군은 신규 입점자 공개모집 대상을 호남으로 확대하는 공고를 다시 냈다. 이전처럼 3칸을 배정해 호남 상인들이 입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화개장터 신규 입점자 모집 때마다 벌어지는 제한 조건 논란은 화개장터 상징성을 볼 때 적절하지 않고 앞으로는 없어져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뒤늦게나마 하동군이 호남 상인 입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광양시·구례군과 상호 협의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귀용 자치행정2부 차장 남해·하동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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