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플랫폼 사업자 시장 잠식
자본보다 사람 우선인 중개사들

이제는 심심치 않게 듣고 사는 단어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 이름이다. 이들 기업의 시장진출로 우리네 삶이 조금 더 편리해지고 약간 더 시간을 절약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은 필자가 생업을 영위하는 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년간 '무슨 방', '어떤 방'이라고 부르는 부동산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방방곡곡'의 시대가 됐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많이 가졌다.

첫 번째가 자본의 힘이다. 외국자본을 등에 업고 누구나 솔깃한 조건의 광고 계약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시스템의 힘이다. 잘 만든 편리한 앱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힘들게 컴퓨터를 켤 필요없이 앱을 몇 번 터치하기만 하면 원하는 방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광고의 힘이다. 가장 잘나가는 청춘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는 시청자 뇌리에 박혀 '방 구할 땐 저곳을 찾아가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곤 한다.

공인중개사들은 플랫폼 기업에 완전히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 '저들을 이길 방법이 애초에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젊고 똑똑하고 잘생긴 데다 착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기업들과 기존 중개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은 끊임없이 비교당한다. 심지어는 새로운 문화 혁명에 딴지를 거는 구시대 유물 정도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기존 플랫폼 사업체들의 전례를 살펴보자. 처음에는 대부분 미소 띤 얼굴이지만 시장을 지배한 뒤로는 아무도 그들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 바라볼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의 발전 전략이다.

중개업 플랫폼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등장했을 때와 달리, 시장 지배력을 갖춘 지금은 매년 이용료를 올려서 받는다. 더 나아가 현재 업계 1위인 한 플랫폼 기업은 '직접 중개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바람은 중개업계 전체를 예속하는 것이다. 당장은 국민에게 편리를 제공해주겠지만, 곧 기업 이윤을 목적으로 독점적인 폭리를 취할지 모른다.

이는 더는 기우가 아니다. 직○은 30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IPO)를 받았지만, 매출액 증가는 불과 34%밖에 안 된다. 조달한 자금으로는 부동산 중개 관련기업 인수합병에 혈안이다. 프롭테크 또는 혁신으로 포장,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문어발식 기업집단의 모습이다. 더구나 이들이 올린 수익 상당 부분은 대부분 골드만 삭스 등 외국계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정보통신산업 특성상, 시장에는 면밀한 제도적 보완이 상시로 따라야 한다. 모름지기 '혁신'은 이전에 없는 사업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 역할까지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다. 오로지 상대를 넘어뜨리고 기존 시장을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모색돼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은 단순히 정보를 토대로 계약을 진행해주는 기계적인 업무가 아니다. 아무도 계약 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계약자들을 잇는 일이다.

중개사는 계약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시스템이 할 일이 있고, 사람이 할 일이 있다. 플랫폼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거나, 기쁘고 슬픈 소식을 나눌 수는 없다.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경남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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