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명세서 교부 의무화했지만
중소상공인 담당자 없어 고충

근로계약 작성과 근태 관리부터
명세서까지 스마트폰 앱에 구현

지역기업 합작 '수익보다 공익'
무표 배포 "많이 이용해 주길"

2021년도 11월부터 급여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물론 단 1명만 고용해도 명세서를 줘야 한다. 정규직 외 일용직·시간제 등에도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영세 규모 소상공인·중소기업은 경리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따로 없어 급여명세서 교부에 적잖은 노동력을 쏟아야 한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자리한 '㈜월봉이'는 이러한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무료 급여·근태관리 애플리케이션 '월봉이'를 이달 초 출시했다. 

이희석 대표는 "직원이 1~2명인 소상공인 사업장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에게 이체하는 것으로 급여 지급을 끝낸다"며 "노동자는 본인이 받는 대가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앱 '월봉이'는 △급여 자동 계산 △명세서 교부 △근태 관리 △근로계약서 온라인 작성·교부·서명 등의 기능을 갖췄다.

(왼쪽부터) 장준혁 이지엠 이사, 이희석 ㈜월봉이 대표, 이동은 ㈜월봉이 팀장이 앱 '월봉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안지산 기자
(왼쪽부터) 장준혁 이지엠 이사, 이희석 ㈜월봉이 대표, 이동은 ㈜월봉이 팀장이 앱 '월봉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안지산 기자

사업주는 앱에서 통상시급을 책정할 수 있고, 노동자 급여는 이를 기반으로 산정된다. 휴일·연장근로수당도 근태 여부를 반영해 계산된다. 이 밖에 식비·유류비 등 부가적인 급여 항목은 과세·비과세로 나뉘어 금액을 설정하게끔 돼 있다. 4대 보험 등 공제 내용도 계산식에 맞춰 자동으로 정리된다. 사업주는 이를 기반으로 법적 효력을 띤 급여명세서를 작성·교부한다.

이동은 법무팀장은 "일일이 금액을 작성·계산하고 종이 명세서를 출력해 개개인에게 교부하는 방식보다 편리하다"며 "급여명세서는 전문 노무사 상담을 거쳐 법적 효력도 검증받았다" 설명했다.

근태 관리도 앱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사업주는 출퇴근 인원 관리부터 휴가·추가근무 승인 등을 할 수 있다. 노동자는 휴가·추가근무 신청, 출퇴근 인증 등을 할 수 있다. 출·퇴근은 회사 내 QR코드로 간단히 확인된다. 출장 중 퇴근도 인증할 수 있다. 노동자가 출장 중 위치기반 인증으로 퇴근하면, 사업주에게 노동자 위치가 공유되는 방식이다.

근로계약서 작성·교부·서명도 전산으로 이뤄진다. 사업주는 앱에서 노동·급여·사업주·노동자 정보만 입력하면, 현행 근로계약서 양식에 맞게 자동 작성된다. 이를 온라인으로 노동자에게 교부하면 노동자는 서명·저장 등을 할 수 있다. 이용자는 앱을 애플·안드로이드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희석 대표는 "앱 '월봉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은 많지만 보통 광고 노출이 너무 심하고 자동 유료 전환 등 소비자 기만 위험이 있다"며 "월봉이는 유료 전환 없이 무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구조 구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내 사용자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 앱 커뮤니티에 업체 유료 광고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월봉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급여명세서. /월봉이
월봉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급여명세서. /월봉이

다만 수익 창출에 목매진 않는다. 앱 '월봉이'는 중소기업 경영체계를 지원하는 자문기업, 청년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진주시 프로그래밍업체 '㈜이지엠' 합작으로 탄생했다. 각자 주력으로 삼는 업이 있기에 공익성이 확보된다.

이희석 대표는 "한 시니어 고용 업체가 불규칙적으로 노동하는 시니어 근태 관리에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노동자-업체 간 급여 분쟁 등으로 생산성이 저하하는 환경을 최소화하고자 '이지엠'과 손잡고 올여름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장준혁 이지엠 이사는 "소비자 건의사항을 받아 지속해서 앱을 개선하고 있다"며 "현재는 모바일에서만 활용할 수 있지만, 연내 PC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월봉이'는 앱 활용 업체가 많아진다면 업종 간 상호 교류 등을 할 수 있게 네트워킹 역할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장은 경남지역 시장상인연합회 등에 사업 취지를 설명하는 등 지역 활용자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무료로 유용한 기능을 배포하는 만큼 많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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