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의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관리카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개선 요구가 높다. 건강관리카드는 석면 등 발암물질의 제조 취급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발급해 이직·퇴직 후에도 특수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산재 신고 절차 간소화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이 제도를 소극적으로 운용해왔다. 1992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20년간 발급된 건강관리카드는 8461건에 불과했다. 거제노동보건안전활동가모임에 따르면 거제에서는 제도가 시행한 1990년 7월부터 2021년 3월 사이에 카드 발급 이력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2월과 올해 4월에 노동단체가 안전보건공단에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집단 신청을 한 결과 9월 말 기준 거제지역 노동자 278명이 건강관리카드를 발급받았다. 최근 노동단체의 노력으로 삼성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5명한테도 건강관리카드가 발급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카드발급 대상 물질을 15개로 국한하고 있고, 발급 기준도 대상물질 제조 취급 업무를 5∼6년 이상 수행한 노동자에게만 발급하도록 했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의 2020년 산업안전보건공단 감사 결과를 보면 전체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사업장 4만 6423개 중 4946개(11%)에만 안내했다. 경남은 3017개 사업장 중 295개(8%)에만 안내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자체 설문조사 결과 노동자 다수가 건강관리카드 제도를 잘 모르고 있을 정도로 홍보가 부족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해당 노동자들이 건강관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카드발급 대상 물질을 발암물질과 생식 독성 물질 등으로 확대하고, 발급 기준도 대상물질 노출까지 확대하고 업무기간 요건도 단축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발암물질 사용 실태 기록 유지 등으로 건강관리카드 발급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건강관리카드의 실효성을 높여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의료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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