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가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불미스러운 사태'는 18일 대통령실 청사 1층 현관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벌어진 언쟁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취재진이 윤 대통령에게 '<MBC>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묻자 윤 대통령은 "(MBC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집무실로 향하는 대통령에게 <MBC> 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이냐"라며 따지듯 항의했고, 비서관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에게 거슬리는 언론을 배제하겠다는 듯한 대통령실 태도를 언론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봤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22일 아침 지면에 일제히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중단'을 사설로 다뤘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논조를 취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일방 중단, 편협하기 짝이 없다(한겨레)',  '도어스테핑 중단, 언론 향해 '불통의 가림막' 친 윤 대통령(경향신문)'. '편협', '불통'이라는 표현을 쓴 두 언론은 대통령의 언론관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겨레> 지면은 사설과 같은 면에 '전용기 탑승 거부도 취재입니다'라는 기자 칼럼을 실은 것이 특징입니다. 정은주 기자는 칼럼에서 "순방이 끝난 뒤 '선택적 취재 편의 제공'이 취재 제한이라는 것을 한겨레 기자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일보> 지면도 눈에 띕니다. '역대 최초 대통령의 '직접소통' 멈춰선 안 된다'라는 사설을 왼쪽 상단에 배치하고, 오른쪽 상단에 나란히 '<MBC>와 이재명의 '탄압 코스프레''라는 칼럼을 배치했습니다.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을 타이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 대표적인 표현이 '브랜드'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직접 소통' 방식이 중단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을 대표하는 일종의 '브랜드'였다."(<중앙일보>)

<MBC> 탓하기는 사설 대신 칼럼으로 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최민우 정치에디터가 쓴 칼럼을 보겠습니다.

"<MBC> 기자의 위세가 쩌렁쩌렁했다. 비서관은 쩔쩔맸다.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권력 서열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설에서 <MBC> 기자를 가장 강하게 탓한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MBC>에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슬리퍼 차림으로 팔짱을 낀 <MBC> 기자는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그간 <MBC>의 행태가 도를 넘은 것은 사실이다. (...) 이렇게 잘못된 보도가 이어지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외면할 것이다."(<조선일보> '대통령 '도어스테핑' 절제된 모습으로 재개하길')

언론 때문에 언론 보도의 자유를 빼앗겼다고 나무라는 언론의 현재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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