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사색의 계절 가을이 절정을 지나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가을은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전국 곳곳에 잔치 등 문화행사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갇혀 있었던 탓에 유원지나 축제 현장은 주로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다. 친구나 보고픈 사람들을 만나고자 가을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여행을 떠나 책을 읽고 시를 짓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을은 그리움으로 하늘까지 시퍼렇게 멍들이고 많은 이를 밖으로 불러내는 묘한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어디로 가든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단풍은 호수 속 물까지 짙게 물들였다. 호수에 비쳐 어른거리는 단풍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가을 나무들은 속삭이며 이별 인사를 전하는 듯하다. 가을 저녁노을은 어떤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지는 모습에 숨이 멎을 듯하고, 어디를 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더불어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사색은 만추, 늦가을에 가장 어울린다. 사색이란 혼자 있을 때 마음이 평온하도록 고요함을 즐기는 것이다. 또는 어떤 것에 대하여 무엇을 해야 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사색은 홀로 걸어가며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꽉 닫힌 마음의 뚜껑을 열고 들어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남에게 베풀며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보자. 마음이 맑아지고 웃음꽃이 피어나고 눈이 맑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사색을 통하여 꿈을 만들고 행복을 추구하고 생각이 행동으로 나갈 수 있는 바른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이성과 감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찬바람이 불기 전 숲길을 걸어가며 귀를 기울이며 나무들의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보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새로운 길을 열리게 해 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비우면, 긍정적인 생각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숲을 거닐며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내 속의 나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도 만나고,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면 열차를 타고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나보자. 가을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 더 늦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보자.

/권영수 경남참사랑봉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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