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으로 증명된 양자역학 핵심 개념
컴퓨터·암호 통신 등 새 산업에 활용

20세기 최고 발명품인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양자역학 원리로 구동된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실재성에 대한 논증과 반증은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양자전기역학에 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이만조차도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양자역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핵심 개념은 '겹침'과 '얽힘'이다. 고전역학에서 입자는 '갑'과 '을', 두 개의 상태를 동시에 지닐 수는 없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상태는 관측되기 전까지 '갑'과 '을' 모두가 가능한 '겹침' 상태로 기술된다. (학술용어로는 '중첩'이라고 한다)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관찰하기 전에는 공 색깔이 동시에 빨간색이면서 파란색일 수 있다는 의미다. '죽어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대표적인 비유 사례다.

닐스 보어가 이끌었던 코펜하겐 학파는, 관측되기 이전의 전자는 서로 간섭하는 파동처럼 행동하며 확률적으로 존재 가능한 모든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다가 관측되는 순간 하나의 위치로 결정되고 입자처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반발했다.

두 번째 개념인 '얽힘'은, 상태가 겹쳐 있는 양자입자는 외부 간섭이 없는 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와 무관하게 상관관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얽혀 있는 입자 A와 B는 관측 전까지 모두 '갑'의 상태와 '을'의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 이후 양자입자 A의 상태가 '갑'이라는 것이 관측되는 즉시 또 다른 입자 B는 '갑'과 '을'의 중첩 상태가 붕괴하며 '을'의 상태로 결정된다. 관측 전까진 '갑' '을' 두 개의 상태를 모두 지니고 있었지만, 관측 후 바로 A와 '을'의 상태 하나만 남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빨간색과 파란색 양자 공이 담겨있는 주머니에서 공 하나를 꺼내 안드로메다에 보낸 뒤 빨간색임을 확인하면 그 즉시 지구에 남아 있는 공은 파란색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당연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안드로메다로 간 공의 색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두 공은 파란색과 빨간색 모두 가능한 '겹침' 상태라는 점을 유의해야겠다.

두 개 이상의 양자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다른 입자의 상태와 움직임을 결정짓는다는 개념은 신비한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양자 얽힘이 가능하다면 빛보다 빠른 유령 같은 존재가 광속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므로 자신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빛의 속도가 유한하므로 사건의 인과관계는 민코프스키 시공간으로 정의되는 사건의 지평 이내에서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적 측정 결과들을 "신이 던지는 주사위"에 의지하지 않고 해석할 수 있는 '숨겨진 질서'를 찾아내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로 대표되는 연구자 집단의 오랜 노력 끝에 '겹침'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의 토대가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양자 기술은,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양자 컴퓨터와 절대 깰 수 없는 보안이 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과 같은, 새로운 산업에 활용될 것이다. 당장 쓸모에 구애받지 않고 긴 호흡으로 연구에 집중한 결과다.

/한성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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