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없어도 꿈꾸며 살아가기
지금 행복한 삶 찾는 어른으로

어른이 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애매한 재능>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무언가 되기를 희망했었다면 지금은 그러지 않는 현실을 돌이켜봅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길 바랐던 작가님처럼 제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꿈이 너무 많은 나머지 틈만 나면 장래희망을 바꾸던 시절이었습니다. 화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꿈이 만들어지는 데는 작은 손으로 일군 사소한 성취들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칭찬을 받으면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손수 만든 물로켓이 잘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서 먼 훗날 달나라에 보낼 탐사선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반열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처 이뤄보지도 못한 수많은 꿈이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이전까지 상상해오던 모든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사무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하루 중 가장 찬란한 시간을 오롯이 한 달에 한 번 월급을 받고자 일합니다. 열심히는 일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아서 하는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생계를 잇고자 일합니다. 일터와 집을 오가는 현실이 지루한 나머지 다시 꿈을 꾸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제 삶이 이러한 반면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서는 자아실현의 경지에 도달하고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SNS 상에 수두룩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재능이 뛰어나서 빛나게 사는 것일까요?

만약 재능 덕이라면 저는 아마도 평생 그런 사람들처럼 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없거든요. 그래도 작가님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제게 걷기 좋은 길을 찾은 기분이 듭니다. '큰 사명감을 가지고 무엇인가 크게 잃어가며 꾸는 꿈이 아니라 가볍고 재밌게, 어른이 되어서도 꿈을 꿀 순 없을까?'(180쪽)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품은 '꿈'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않고 '지금'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입니다. 서른의 나이가 지난 지금, 새로운 진로를 찾는 일이 '지뢰찾기'(68쪽)처럼 느껴지지만 여전히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작가님을 보고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는 현관 센서가 소중한 진리를 깨치게 해줍니다.(26쪽)

생텍쥐페리 작가가 <어린 왕자> 서문에 이런 문장을 적어두었더군요. '모든 어른은 한때 어린아이였다(All grown-ups were children first)'.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떨쳐낼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연기처럼 흩어져 버린 꿈들을 다시 눈앞에 펼쳐놓을 때가 있습니다. 이미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누릴 수 있는 좋은 삶을 상상해봅니다. 어른이 되어서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현실이 막막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저와 비슷한 삶을 살아낸 이야기들을 끌어안으며 대안을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올해가 가기 전에 '2022 창원의 책'으로 선정된 <애매한 재능>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작가님만의 따뜻한 재능에 찬사를 보냅니다.

/우승수 직장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