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16년 만에 여는 개인전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
2008~2022년 작품 변화 한눈에

애도의 시간은 끝났다. 이미 그는 죽은 서(書)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서예가 김종원 작품을 마주하면서 느낀 소회다. 지난 23일 경남스틸 송원갤러리 초대전 ‘김종원 미(美)의 역정’ 여는식에 다녀왔다. 전시는 내달 6일까지 열린다.

23일 송원갤러리 초대전에 임한 김종원 작가가 최근작 '결' 앞에 섰다. /박정연 기자
23일 송원갤러리 초대전에 임한 김종원 작가가 최근작 '결' 앞에 섰다. /박정연 기자

◇종횡무진 활동 속 고향서 전시 오랜만 = 지난 6~10월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채색화 - 생의 찬미’, 토포하우스 ‘결’, 두손 갤러리 ‘한국미술의 서사’ 등에 이어 올해만 벌써 4번째 개인전이다. 2006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무외전’을 펼친 이후 고향에서는 16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경남스틸 창립 32주년을 기념해 송원갤러리가 특별초대전 형태로 마련했다.

이날 여는식에서 최충경 회장은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알아보는 작가를 정작 우리 지역에서 알아보지 못했다”며 “서를 넘어 서화일체 작업을 펼치고 있는 김 작가를 응원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지역민에게 널리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영만 관장은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을 지내고 있기도 하고 여러 직함을 맡고 있어서인지 초대전을 제안했는데 고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며 “서예가이자 현대미술 화가로 나아가고 있는 과정을 한 자리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김종원 작가는 “서예를 평생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던 마산고 1학년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희다방’에서 소암 현중화 선생 작품을 보고 서예에 입문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작가는 “미를 탐구하는 사람, 그림을 통해 미에 도달하는 자세로 계속 임하겠다”고 전했다.

김종원 작 '겹' 연작 중 하나. /박정연 기자
김종원 작 '겹' 연작 중 하나. /박정연 기자

◇홀로 묵묵히 여는 길 = 글은 쓰고, 그림은 그리는 것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쓰고 그리는 것이 본디 다르지 않음을, 글과 그림 또한 본디 한몸이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림을 쓰면서 글씨와는 전혀 다른 형상을 창출해 내고 있는 김종원의 작품 활동을 지켜본 이동국 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는 ‘제3의 추상언어 발명’이라고 칭했다.

“그간 한국미술에서 추상이라 함은 우리의 내재적인 추상 언어를 덮어 놓고 서구 외래의 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댄다. 큐비즘에서 배태된 칸딘스키나 몬드리안, 말레비치와 같은 계열의 추상이나 다다(DADA), 로버트 마더웰과 잭슨폴록과 같은 추상표현주의를 기준으로 한국추상을 줄곧 생각해왔다. 즉, 추상이란 기본적으로 대상이나 형체가 없는, 대상/형체의 본질과 원형을 오직 색과 점·선·면 만으로 느낌을 표출하거나(뜨거운 추상의 칸딘스키), 이것과는 정반대로 인간의 감정을 완전하게 죽인 수직·수평과 빨강·파랑·노랑의 극도로 절제된 색 만으로 대상의 본질을 그려내는 것(차가운 추상의 몬드리안)을 사실상 전부로 간주해 온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미술에서 추상은 서언어를 부정하는 서구잣대로 잰 나머지 시청각의 합체인 서언어와 같은 한국의 독자적이고도 자생적인 추상 언어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연이어 김종원의 개인전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이동국은 “그는 수도승처럼 묵묵하게 지금껏 걸어왔다.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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