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들초교-마을 연대 행사 의미
지역 교육공동체 실천사례 확산하길

지난 15일, 코로나19로 3년간 굳게 닫혔던 학교의 문이 활짝 열렸다. 조용했던 운동장에 천막이 세워지고, 교장 선생님은 앞치마에 리본 넥타이를 하고 100원 식당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종이상자와 재활용 현수막 위에 직접 꾸민 부스 알림판이 내걸리니, 마치 가을운동회 분위기도 났다. '모두 함께 잘 사는 한들 6학년', '세계 시민 프로젝트' '살아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슈퍼다있소' 등 부스 이름만 봐도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창원한들초등학교 '마을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 나눔마당'에서 아이들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화분 만들기 등 직접 부스를 운영하고, 마을 불편 사항을 접수하고, 살고 싶은 봉림동을 홍보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기부한 물품으로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봉림동 우수관 동아리는 우수관이 쓰레기통이 아님을 알릴 '바다의 시작' 캠페인을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와 창원아이쿱생활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등 마을의 사회적경제단체도 참여해 바른 먹거리와 생태·환경의 중요성, 교육공동체로서의 활동을 소개하고 지속가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체험을 통해 알렸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그야말로 온 마을이 다 모였다.

신문과 방송에선 연일 사건·사고가 보도된다. 무한 경쟁과 시장 경제의 폐해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사회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교육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무엇이 제대로 된 교육인지에 대한 고민은 학교의 역할이라고 선을 긋는다. 윤리적 소비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주변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학교가 빗장을 풀고 지역사회와 연대할 때 교육은 비로소 '삶'을 통한 '앎'을 배우고, '앎'을 통해 '삶'을 실천할 수 있다.

창원한들초교 나눔마당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이날을 "재미있는 공부를 한 날"로 기억했다. 교과서 속 지식이 현장을 만날 때 공부는 재미가 되는 마법을 선사한다.

마을과 학교의 연대는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안 된다. 창원한들초교 아이들은 주민과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든 '봉림동 마을교과서'를 교육과정 속에서 배우고 실천한다.

마을지도를 펼치고 마을 해설사와 마을 곳곳을 탐방하며 마을의 숨겨진 보물을 찾는다. 봉림동 '나들이길'에서는 매일 뛰어놀던 큰나무공원의 표지석을 읽으며 청동기 시대 유물이 발견된 곳임을 알고, 3D로 재현한 토기를 해체하고 조립하며 오감으로 마을의 역사를 배운다. 봉림동 '옛둘레길'에서는 대나무 잎 배를 만들어 계곡에 띄우고 봉림사지에서는 진경대사가 지은 절터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린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우리 마을을 지켜야 되겠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역소멸 시대, 마을을 지키고 싶은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것,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한다. 거기에 지(之)가 아닌 지역의 지(地)가 들어가야 한다. 교육은 지역사회가 함께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가야 힘을 발휘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마을과 학교가 연대하는 교육공동체를 실천하는 사례가 확산해 가길 바란다.

/최은정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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