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저항에 환경노동위 법안소위에 상정 무산
민주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연내 처리 소극적
속도·내용 모두 조절 '노동자 본위' 처리 먹구름
노동계 총파업, 시민단체 농성 등 국회 압박 나서

이번 정기국회 내 ‘노동자 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민의힘 저항이 거세고, 보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와 내용을 모두 조절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태세를 전환하는 낌새를 보여서다.

지난 22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상정이 불발됐다. 법안은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쟁의를 할 수 있도록 파업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이들은 재산권 침해, 불법 파업 조장 등을 이유로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7일 환경노동위 입법공청회에서 법안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가 충돌하는 등 법안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큰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내년 예산과 법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내년 예산과 법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던 민주당이 그간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데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무리해서 강행 처리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공약수를 찾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의견을 수렴한 합의 처리에 무게를 뒀다.

김 의장은 “여러 쟁점이 있는 사안이어서 물리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게 맞는가(하는 생각이 있다)”라며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는데 그래도 이해 당사자는 있는 것이지 않나. 이해 당사자 입장을 최대한 듣고 국민의힘도 법안소위에서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 내에 무리하게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라는 것이다. 김 의장은 “기존 판례나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각각 이해하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이를 충분히 논의해 처리할 것”이라며 “관련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3일 국회 본관에서 노란봉투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3일 국회 본관에서 노란봉투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법안소위 상정을 반대한 국민의힘을 향해 “최소한 토론 기회마저 뺏지는 마라”며 “여당이 법안소위 상정에 재차 반대하면 야당 의원들과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23일 “19대 국회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해결하는 것이 국회 역할이라고 한 바 있다”며 “법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최소한 회의 석상에 올려놓고 찬반 토론이라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용과 속도를 모두 조절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정의당이 추구하는 노동자 본위 법안 처리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당으로서는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국민의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사용자 측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22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노조법 2·3조 쟁취 결의대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노조법 2·3조 쟁취 결의대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국회 압박 투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3일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19일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했고, 22일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합류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30일 열릴 국회 환경노동위 2차 법안심사에 앞서 29일 농성에 들어간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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