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시설
경남 두 곳뿐인 저유소 중 하나
안전성 정부 심사 최우수 등급
인근 단지 특별한 민원은 없어

창원시 마산항에는 수출입 물량이 더 많이 오가지만,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물도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마산저유소(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정유공장에서 실어온 기름을 저장했다가 경남 도내 주유소 곳곳으로 출하하는 저유 시설이다.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주(14~20일) 석유 운반선 50여 척이 마산항을 드나들었다. 각각 SK에너지 울산공장과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정유한 석유 제품을 실어 온 배들이다. 울산항에서 온 배들은 마산해양신도시와 가포신항 사이 SK시설부두, 여수항에서 온 배들은 4·5부두(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사이 GS돌핀부두에 정박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다양한 석유 제품은 곧바로 각 부두와 가까운 저유 시설에 들어간다.

◇마산저유소 어떤 곳? = SK부두에서 내린 석유 제품이 저장되는 곳이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마산저유소다. 마산합포구 가포순환로 너머, 혹은 브라운핸즈 카페(옛 시민교통 차고지)에서 흰색 저장탱크 시설이 내려다보여 오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1983년 ㈜유공(현 SK에너지) 마산물류센터로 최초 설립됐다가 2019년 대한송유관공사에 인수됐다. 이곳 저장탱크 12기는 석유제품 14만 배럴(2225만여 ℓ) 을 담아둘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패트로넷)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남 석유제품 소비량은 2999만여 배럴, 한 달 평균 소비량은 249만여 배럴이었다. 대략 한 달 소비량의 5.6%를 저장해둘 수 있는 용량이다.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마산저유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자리하고 있다. 저장탱크는 모두 12기다. /김구연 기자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마산저유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자리하고 있다. 저장탱크는 모두 12기다. /김구연 기자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 해안가 정유공장에서 국토 중심으로 뻗은 1200㎞에 달하는 송유관, 그 사이 거점 곳곳에 들어선 저유소(지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석유공사가 예비용 비축유를 관리한다면, 이곳은 '일상'에 쓰이는 석유 제품 공급망을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소유 전국 저유소 11곳 중 선박으로 직접 석유 제품을 들여오는 곳은 마산·동해 2곳뿐이다. 송유관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다.

이름만 보면 알 수 없지만, 대한송유관공사도 민간 기업이다. SK에너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대주주(41%)이고, 그 외 GS칼텍스(28.62%), S-OIL(8.87%), 현대오일뱅크(6.39%) 등 정유 회사들이 주요 주주다. 한때는 공기업이었지만, 경영 어려움을 겪다 2001년 완전히 민영화됐다. 즉, 마산저유소 운영 주체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SK에너지)에서 관계회사(대한송유관공사)로 바뀐 셈이다. SK에너지 석유 제품만 취급하는 것도 그래서다.

◇경남 두 곳뿐인 저유 시설 중 하나 = 도내 각 주유소에 공급되는 석유 제품이 마산저유소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 정유회사들은 각자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GS칼텍스는 마산항 내 GS돌핀부두 뒤편 국가산업단지에 창원물류센터를 뒀다. 이름은 다르지만, 석유제품 저장·출하 등 사실상 저유소와 같은 구실을 하는 시설이다. 다만, 경남 도내에 있는 저유시설은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마산저유소), GS칼텍스 창원물류센터 두 곳뿐이다. 

그 외 S-OIL은 울산 정유공장 생산 석유제품을 유조차(탱크로리)로 곧바로 도내에 수송한다. 거리가 멀지 않아 부산물류센터를 거치는 방법보다 효율적이라서다. 

현대오일뱅크는 경남과 제법 먼 곳(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정유공장을 뒀다. 때문에 우선 배편으로 부산물류센터에 석유 제품을 옮긴 뒤 유조차로 경남에 공급한다.

기본적으로는 자체 공급망을 사용하지만, '교환 출하'하는 방법도 있다. 정유사마다 효율적 공급망을 갖춘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보니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공급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경남 일부 공급량은 마산항 내 대한송유관공사 경남지사 저유소, GS칼텍스 창원물류센터에서 나오기도 한다"라며 "전라도 쪽과 가까운 서부 경남 쪽에 가는 석유 제품 중에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출하하는 물량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40년 변함없이 기능 유지 = 마산항은 2010년대 이후 중앙부두·1부두·서항부두 기능을 잃고 가포신항이 들어서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마산저유소 기능에는 변함이 없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SK시설부두(1982년 준공)만 사용해왔던 까닭이다. 친수공원화된 공간과는 거리도 멀어 아직은 저유소 운용에 어려움이 없다. 가까운 곳에 대형 공동주택단지들도 들어섰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 대단지 주민 박모(46) 씨는 "마산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아서 저유소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라며 "특별히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는 걸 보면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 옆 임대아파트 주민 김모(37)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살아서 유조차들이 지나다니는 일상에 이미 익숙해졌다"라면서도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감한 시설이지만, 설립 40년이 흐르는 동안 특별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산소방서는 화재 사건도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마산저유소는 정부 공정안리관리(PSM) 심사에서 최우수 등급(P)을 얻은 시설이고, 관리주체인 대한송유관공사는 내규에 따라 탱크·시설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소방 당국 역시 이곳에서 정기적인 대규모 민간소방합동 훈련을 펼친다. 

/이창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