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중-지역 협동조합 손 잡고
다랑논 활성화 사업 공동 추진
모내기 참여 수확물 기부·나눔

고현초교 학부모·지역민 참여
공부방과 태권도 교실 등 운영
"자연스럽게 협동의 가치 배워"

학교 협동조합이란 학생·교직원·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제조직이다. 사회적·교육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학교 협동조합을 "다양한 배움과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경제공동체"라고 정의한다.

학교 협동조합 전국 151개교 가운데 학교가게(매점)를 운영하는 곳은 전체 77%다. 학생이 먹을거리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다. 학교 협동조합은 학교 가게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꾀한다.

일부 학교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 특별한 교육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남해 상주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는 지역 협동조합과 사업을 연계한다. 남해 고현초등학교는 학부모·지역민을 큰 축으로 운영한다. 두 학교 사례로 지역과 학교 협동조합이 이루는 공생 관계를 들여다봤다.
 

남해 상주중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 학생조합원들이 지난 6월 2일 남해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과 다랑논 모내기를 하고 있다. /동고동락협동조합
남해 상주중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 학생조합원들이 지난 6월 2일 남해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과 다랑논 모내기를 하고 있다. /동고동락협동조합

◇학교-지역 협동조합 협업 = 심영보 상주중학교 교사는 "학교가 섬처럼 고립된 경우가 있는데, 학교 협동조합은 지역과 학교를 잇는 역할을 한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상주중 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는 남해 상주면에 있는 동고동락협동조합과 주요 사업을 함께 한다. 

동고동락은 △경쟁 아닌 연대하는 공동체 △학교와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육 공동체 △개인 소비적 삶이 아닌, 함께 나누는 경제 공동체 △함께 먹고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추구한다.

각 공동체를 활성화하려 6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그 가운데 '다랑논 활성화' 사업을 상주중 협동조합 무지개와 함께한다. 

다랑논은 계단식이라 농기계를 사용하기 어렵다. 현재 휴경과 훼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무지개와 동고동락 등이 협력해 '남해 상주 다랑논 생태보존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해 상주면 금천마을은 다랑논이 형성돼 있음에도 방치한 면적이 80%에 달했다. 무지개는 경작을 멈춘 금천마을 다랑논을 지난해 빌렸다. 모내기하고, 그 수확물을 지역민과 나눴다. 

남해 상주중 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가 지난 10월 다랑논에 벼를 베고 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남해 상주중 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가 지난 10월 다랑논에 벼를 베고 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무지개는 올해도 다랑논 복원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 10월께 수확한 쌀을 빻아 떡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고, 지역민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학생 조합원은 자기의 땀으로 만든 쌀을 가져갔다.

무지개는 다랑논 생태보존 프로젝트로 경남도 주최 '2021 지역사회 문제해결 생활실험(리빙랩)' 사업에 참여해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지개 시작은 학교 가게다. 상주중은 2016년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고 기숙학교 체제를 구축했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들이 심야 시간에 먹을거리를 찾았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큰 포대에 든 건빵을 사서 컵에 담아 100원씩 간식으로 판매했다. 이 수익금은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이렇게 시작한 학교 가게가 매점 '아름터'로 발전했다.

무지개는 최근 신규 조합원을 모집했다. 학년당 5명이 정원인데 20명이 지원했다. 면접관은 역시 무지개 학생 조합원들이었다. 

문소정(15) 조합원은 무지개에 3년째 몸담고 있고 현재 학생 대표를 맡고 있다. 문 양은 "조합 가입 때 단순히 재미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조합 의미를 강조했다. 

정인교(15) 조합원은 무지개 재수생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 2학년 때 재신청해 조합원이 됐다. 정 양은 무지개 활동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성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승주(15) 조합원은 다랑논 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평소 교류하기 어려웠을 지역민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박 조합원은 "우리만 학교 협동조합을 한다는 게 아쉽다"며 "최대한 많은 학생이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해 고현초교 협동조합 '고루고루'가 운영하는 고현면다락방 모습. 고현초교 학부모가 고현초교 학생들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고현초교
남해 고현초교 협동조합 '고루고루'가 운영하는 고현면다락방 모습. 고현초교 학부모가 고현초교 학생들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고현초교

◇학교 협동조합으로 교육 품앗이 = 남해 고현초등학교는 학교 협동조합 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협동조합 명칭은 '고루고루'다. 협동조합 주축이 되는 학부모·지역민 재능을 고루고루 활용한다. 송현진 이사는 "고루고루 협동조합은 공동 육아·교육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고루고루 협동조합은 설립 전부터 '고현면다락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부모회가 운영하는 공부방이다. 고현초교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지 않는다. 고현면 다락방으로 달려간다. 

허예린(10) 양은 고현면 탑동마을에 산다. 허 양은 "고현면다락방에서 엄마랑 공부하니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다락방에서 내 부모 또는 친구 부모에게서 국어·영어·수학을 배운다.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마을에서 아이들 교육을 해결한다. 

같은 맥락으로 태권도 교실도 열었다. 고현초교 학생들은 매주 월·수·금 오후 7시에 고현면 대장경판각문화센터 옆 체육관으로 모인다.

오하나(9) 양은 읍내 태권도 학원에 다녀봤지만 고현 태권도 교실을 더 좋아한다.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운동한다는 점 때문이다. 학원 대신 마을이 학교 협동조합과 연계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최혜경 이사는 "어느 농촌이든 해가 지면 마을이 조용하고 어둡다"며 "그랬던 마을에 태권도 교실을 여니 사람들 기합 소리,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로 저녁까지 마을에 활기가 돋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권도 학원에 아이를 맡겨놓는 것과 아이와 함께 태권도를 하는 것을 비교해보시라"고 말했다. 자녀와 부모가 유대감을 형성하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 이사가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 입시 분야에 몸담았다. 그 현실을 경험한 최 이사는 더이상 사교육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마을 작은 학교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남해군 고현면으로 이사했다. 큰 결단이었다. 

최 이사는 귀촌 3개월 후 평온함보다는 지루함이 컸다. 또한 생각하지 못한 불편함과 문제를 겪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면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내린 귀촌이었기에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가 있어도 마을 안에서 해결하자는 생각에 다다랐다. 최 이사는 백종필 고현초교 교장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놨다. 백 교장은 마침 준비 중이었던 학교 협동조합을 제시했다. 그렇게 학교 협동조합에 합류하게 됐다.

고현초교 한 학생이 지난 11일 고현 태권도 교실에 임하고 있다. 고현초교 학교 협동조합 고루고루가 '고현 태권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고현초교 한 학생이 지난 11일 고현 태권도 교실에 임하고 있다. 고현초교 학교 협동조합 고루고루가 '고현 태권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최 이사는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학교 캠프'를 제안했다. 말 그대로 고현초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캠프를 즐기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떠나는 캠프와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 먼저 장소 대여, 장시간 운전 등에서 해방된다. 옆 텐트는 주민 등 전부 아는 사람이니 안전하다. 자녀는 친구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 엄마랑 같이 놀 수 있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다. 만족도 높은 캠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고루고루 협동조합이 기획한 학교 캠프에는 옆 마을, 다른 지역민도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 확장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킨다면 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고현초교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열렸던 캠프를 물었다. 임하랑(9) 군은 "아 그때, 팥빙수 만들어 먹었을 때"라며 기억을 꺼냈다. 학생들은 "그래, 다 같이 체육관에서 피구랑 배드민턴 했잖아"라면서 같은 추억을 나눴다.

고현초교 학생들은 친구 부모와 자연스럽게 친해지니 지역 어른들을 만나도 어색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내 자녀, 남의 자녀 상관없이 골고루 사랑을 나눈다. 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지역 내 연대감 형성으로 이어진다.

백 교장은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협력하고 배움을 만들어가는 과정 또는 한 가정이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협동조합은 학생들에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협동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학교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이익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면서 "안전하게 공부하고 노는 것이 결국 우리 아이들 성장에 도움 된다고 믿으며, 이러한 시선에서 고루고루 협동조합을 이끌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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