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할머니 이보금을 찾아나선 국가대표 사격선수 김하리. 그는 우연히 들른 빈 건물에서 보안업체 직원 이영검과 승강이를 벌이다 신비한 빛에 이끌려 1941년 일제강점기 대한제국 마산으로 보내지는데…

판타지를 가미한 드라마 분야 웹툰 <비행>은 현대 인물과 과거 인물이 얽히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더욱이 경남, 특히 마산과 진해지역 주민이라면 익숙하고 반가울 소재가 등장해서 더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 김하리와 이영검이 승강이를 벌이는 공간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에 자리한 옛 마산헌병분견대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마산에 주둔한 일본 헌병대 소속 분견대가 썼던 건물로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다.

웹툰을 낸 경남 만화 독립출판사 겸 웹툰 기업 새쁨북스 조세희(31)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근대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았었고, 오래 산 마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는 2018년 배우기 시작한 그림을 가교로 삼았다.

조 대표는 “더 많은 이에게 지역 근대문화유산이나 경관을 소개하려면 드라마와 같은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소한 접근일지라도 웹툰이 근대와 현대를 잇는 연결점이길 바랐다”고 소개했다.

2019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인기를 끌면서 주 배경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드라마 속 호텔 델루나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한 호텔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전남 목포시 목포근대역사관이다.

22일 조세희 새쁨북스 대표가 창원 시티세븐 43층 클라우드 누리마루홀에서 웹툰 〈비행〉을 소개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22일 조세희 새쁨북스 대표가 창원 시티세븐 43층 클라우드 누리마루홀에서 웹툰 〈비행〉을 소개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드라마가 목포 근대문화유산을 널리 알렸듯, 조 대표는 웹툰으로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홍보하고 싶었다. 총 12회로 짜인 웹툰에서 옛 마산헌병분견대뿐만 아니라 마산과 진해지역 근대문화도 소재로 삼은 까닭이다.

웹툰을 제작하고자 벌인 취재 과정에서 조 대표는 적산가옥과 같은 근대문화유산 보존 현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몇 남지도 않았을뿐더러 근대문화유산에 등재한 곳도 관리가 모자랐다”며 “왜 내버려두는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조 대표는 시인 박서현이 밀양 단장면 마을을 소재로 쓴 채록집 <찾았다! 단장면> 속 이야기를 추려 만화책 <서풍객, 뱀을 부르는 도사>도 펴낸 바 있다. 지속해서 지역을 소재로 문화 콘텐츠를 낸 조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건축계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지난 6월 새쁨북스를 차린 그는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려면 연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시민·상인 등 지역민과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분명히 상승효과를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웹툰으로 시작했지만 얽매이지 않고 여러 방식으로 지역 소재 콘텐츠를 꾸준히 내겠다는 구상.

한편, 경남콘텐츠코리아랩 2022 로컬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하나로 오는 24일까지 창원 시티세븐 43층 클라우드 누리마루홀에서 웹툰 <비행> 전시가 열리고, 24일부터 내달 7일까지는 옛 마산헌병분견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웹툰은 온라인 창작 콘텐츠 플랫폼 포스타입(saeppeumbooks.postype.com)에 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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