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이용권 저출생 대책 될 수 있나
기존 출산장려금 정책 효과·평가부터

연애 8년, 결혼 12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른바 딩크(DINK)족이다.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 알아가다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레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 처음에는 '왜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할까?' 서로에게 물어보면 경제적 이유를 손꼽기도 했다. 그러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을 목격하며 과연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인가 되묻기도 한다. 경쟁 사회에서 아이에게 다른 이를 배려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으라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요즘에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다'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곤 한다. 초록이 동색이라고 주변 지인 가운데도 우리 같은 딩크족이 제법 된다. 그들에게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를 새삼 물어보지 않았지만 우리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모두 떠들어대지만 정작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다. 물론 주변 지인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때때로 우리에게도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기곤 한다. 하지만, 잠시일 뿐 스스로 가진 문제부터 사회적 환경까지 곱씹으면 지금까지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정부·지자체 모두 저출생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나와 같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올해부터 정부는 출생지역·순서에 관계없이 표준·보편적 지원으로 국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출생아 1명당 200만 원씩 '첫만남이용권'을 지급했다. 지자체마다 인구정책 핵심으로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면서 관행적으로 앞다퉈 액수를 올리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작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군 단위 지자체는 빠듯한 살림을 쪼개 예산을 마련하고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일도 많다. 상대적으로 살림이 나은 도시지역에서는 출산장려금으로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쓰곤 한다.

이처럼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출산장려금을 형평성 있게 지원하겠다는 첫만남이용권은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국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출산장려금까지 지원하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지자체는 출산장려금 지원 중단을 결정하자 예비부모들 거센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군 단위 지자체는 이미 첫만남이용권보다 많은 지원금을 주고 있어 출산장려금 지원을 중단하면 오히려 지원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정부 취지와 달리 지자체마다 첫만남이용권과 출산장려금을 중복 지원하면서 오히려 재정 부담을 떠안기는 효과만 거두고 말았다.

무엇보다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출산장려금이라는 정책이 단지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것 같아 더 씁쓸하다.

/이현희 자치행정2부 차장양산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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