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때 왜군 막고자 김해성에서 불사 항전한 의병 이야기
무대장치·음악·조명 효과 인상적…상황 중심 극 전개 아쉬움

지난 18일과 19일 총 4회에 걸쳐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무대화된 김해 4충신에 관한 뮤지컬 <김해성 4일>은 무대의 웅장함과 극의 비장함을 안겨준 공연이었다.

가야오페라단(단장 강동민)은 “이 작품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1시간 30분짜리지만 원래 구상하기로는 2시간 30분짜리였단다. “예산이 부족해 할 수 없이 극을 압축했는데 그 때문에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다음에 좀 더 보강해 올릴 계획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강 단장이 한 말이다.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작품 줄거리는 이렇다. 김해성 안에 사는 선옥과 진옥 자매는 동래로 장사하러 떠난 부모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흘이 지난 때에 왜군이 동래를 함락하고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웅성댄다. 피란을 가야 할까, 가면 김해성은 어떻게 되는가, 결국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김해성을 지키기로 한다.

하지만 점점 거세지는 왜군의 공세를 버텨내기 쉽지 않다. 원군을 요청했지만 언제 지원병이 올지 알 수 없다. 불안과 초조 속에서 매일 왜군의 공격을 막아내려니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다. 설상가상으로 왜군이 성으로 들어오는 물길을 막아 더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이런 상황에서 김해성을 빠져나가는 주민까지 생긴다. 이때 벼슬을 외면하고 안빈낙도를 꿈꾸던 송빈이 의병으로 가담하고, 지혜를 발휘해 지하수를 끌어올림으로써 주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힌다.

아무리 의기를 다져 항전해도 한계는 있는 법. 4일간의 고투 끝에 김해성 주민들은 전멸한다. 가야오페라단은 패배한 전투에는 영웅이 없겠는가에 눈을 돌렸다. 엄청난 군사력으로 파죽지세 공격해오는 왜군을 상대로 나흘이나 버텼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적인 방어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에는 비장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뮤지컬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과 무대, 조명 부문이다. 무대는 가운데 대성 성문을 설치하고 양쪽으로 계단식 성곽을 형상화했는데, 그 위에 악기를 배치해 색다른 오케스트라 연주 모습을 보여주었다.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18~1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공연된 가야오페라단의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장면./가야오페라단

또한, 무대 가운데 넓은 공간을 방으로 묘사한다든지, 길로 만든다든지, 그리고 다양하고 강렬한 색상의 조명을 비춰 전투의 긴박감을 표현해 무대를 실감 나게 꾸몄다. 하지만 극의 전개가 특정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전쟁의 상황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줄거리에 대한 집중력이 다소 떨어져 아쉬움을 주었다.

송판호(67·창원시 의창구 북면) 씨는 “작곡을 정말 잘한 것 같다.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뮤지컬이었다. 다만 배우들의 대사가 음악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은 게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다. 조명 효과를 잘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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