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옅어진 햇살을 등에 지고 선선한 바람결 따라 단풍 빛이 흩날린다. 도심 속 가로수 가지에 간신히 매달린 잎이 힘에 겨운 듯 떨어진다. 길바닥을 뒹굴다가 오가는 자동차 바퀴에 치이고 무심한 발길에 짓이겨진다.

길에 뿌려진 낙엽을 쓸어내는 비질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차도와 보도 사이 비집고 쌓인 계절의 흔적을 무수히 긁어 모은다. 행여 배수로를 막거나 자칫 행인이 밟고 미끄러질까 부지런히 쓸어낸다.

어스름한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도시의 풍경을 닦는다. 만추의 정취는 산과 들판에 오롯이 맡기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을만 남겨놓은 채. 푹 눌러쓴 모자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이 말간 하늘 아래 반짝인다.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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