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량 82.4% 차지 식물의 생존력
유기적 소통·협력으로 공존 방안 찾아야

지구에 최초 생명체 박테리아가 등장한 시기를 34억 년 전으로 추정한다. 생명체는 원핵에서 진핵세포로, 또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하면서 다양성과 복잡성을 배가했다. 그중에서도 고등생명체군은 5억 년 전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동할 것인가 머물 것인가. 전자는 동물로, 후자는 식물로 진화했다. 그 결과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기준으로 지구 생물량(biomass)에서 식물은 무려 82.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동물은 고작 0.37%이고, 인간은 0.01%에 불과하다. 생물량 기준으로 지구의 주인은 명백하게 동물이 아닌 식물이다. 식물은 어떻게 동물을 압도하며 번성했을까?

뿌리를 내리고 제자리에 머물기로 한 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거의 모두를 태양에서 얻는다. 동물처럼 다른 유기체에 해를 끼치는 방식, 즉 식물을 섭취하거나 다른 종류의 동물을 잡아먹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식물의 약점은 분명하다. 위기나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식물은 숲을 이루며 뿌리를 통해 다른 개체와 적극 소통하며 협력한다. 개체도 대응책이 있다. 특정 기능의 특정 기관을 만드는 대신 몸 전체가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철저하게 '분권화'한 것이다. 식물은 몸 전체가 호흡한다. 몸 전체가 보고 느끼고 사고한다. 동물처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허파로 호흡하지 않는다. 그래서 식물은 문제가 생겼을 때 몸 전체가 해결한다. 덕분에 식물은 자기 몸의 80%가 훼손돼도 생존을 유지하며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 허파 하나만 고장 나도 생존할 수 없는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존력이다.

사람은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적인 행동이 당연히 익숙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힘을 합쳐 해결하기보다는 이동성을 발휘해 (혼자) 피해버리기 십상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특정 기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리더에게 문제가 생겨 조직 전체가 망가지는 사례를 수도 없이 발견한다. 대통령 하나 바뀌니 공직사회가 순식간에 무능해진 걸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른바 '지방소멸'도 지역사회에 노정된 수많은 문제에 구성원들이 다분히 동물적으로(이동) 대응한 결과다.

물론 사람이라고 다 동물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같은 조직도 식물적인 상상력을 적용한 사례가 꽤 많다.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은 모든 직원이 경영자 마인드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분권적이고, 식물적이다.

지역사회는 '뿌리내리고' 산다는 점에서 식물적이다. 문제 해결도 식물적인 상상력으로 접근할 때 해결 가능성이 크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사회가 만약 식물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모든 구성원은 모든 정보를 소통하며 협력하고 있습니까? 모든 구성원이 모든 문제에 주체가 돼 대응하는 참여 문화가 공동체 안에 조성돼 있습니까? 혹시 그 안에서 무리짓거나 배제하면서 자기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진 않습니까?

* 이 글의 아이디어는 로마 교황청이 발표한 프란치스코 경제(Economy of Francesco)의 핵심 개념인 '식물성 경제'에서 가져왔음을 밝힌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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