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지속성 단절로 생태·환경 제자리야
'습지교육결의안'재도약 계기 삼아

제5차 스위스 람사르총회장에서 노관규 순천시장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2008년 창원 람사르총회 때 만났으니 꽤 세월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하고 일에는 누구보다 이력이 난 사람이다. 우포늪이 1998년 람사르등록습지가 되고, 순천만은 2002년 되었으니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시간으로 보면 우포가 맏형뻘이다. 노 시장은 만남에서 첫마디가 "참! 경상남도에서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덕분에 순천만이 생태관광 천국이 되는 기회를 맞았다"며 크게 웃는다. 당시 김태호 지사가 람사르총회 기간에 순천만을 현장 방문 지역으로 선정, 우포늪과 순천만을 오가는 도청 관광국 버스를 배치하고, 5억 원이라는 돈까지 지원했던 것을 거듭 고마워했다. 그 일을 계기로 순천만이 국내외적으로 갈대와 흑두루미 도래 지역으로 유명해졌고 '세계정원박람회'를 유치해 국제적인 생태관광도시로 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8년 람사르총회 당시 우포늪에 80만 명 관광객이 찾았을 때 순천만에는 20만 명가량이 찾았다. 하지만 순천시는 세계정원박람회 유치 이후 매년 600만 명이 찾는 생태 천국으로 급부상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생태자원이 훌륭한 케냐는 영국인들이, 코스타리카는 미국인들이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잘 알려졌다. 아마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 국가 국민까지 순천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매일 자연 정원을 산책하고, 청정지역 먹거리로 생활하면서 행복을 누릴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도심과 순천만을 연결고리로 하여 도심 하천에 배를 띄우고, 도심 전체를 정원으로 가꾸는 정책을 펴면서 내년 4월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홍준표 지사 때 퇴출한 '람사르동아시아지역센터'를 유치·활용해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통해 순천시를 품격있는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남 민관단체 협력으로 국제협약에 제안해 통과한 '논습지결의안'과 람사르사무국의 위상을 높여준 역점 사업인 '습지도시결의안' 이행 정책으로 순천시가 초대 의장 도시가 돼 국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반면에 경남도와 창녕군의 현실은 어떠한가? 더하여 환경부의 모습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지난 세월을 비판만 한다고 뾰족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잃어버린 경남의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지금부터 꼭 16년 전 신문 칼럼에서 '창원을 산업도시에서 환경도시로' 전환하면서 대한민국의 환경수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은 이를 수용하고 독일 환경수도인 프라이부르크 등을 다녀온 뒤 창원의 대기질 개선 실천에 나섰다. 이후 2008년 람사르총회를 기점으로 하여 2011년 세계교통연맹 총회와 세계자전거 축제까지 진행했다. 그 공으로 박 시장은 '세계의 시장 톱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도로서는 불행하게도 김태호, 김두관, 박완수로 이어지는 도정이 단절되면서 '생물다양성총회' 경남 유치가 무산되었다. 그 속앓이가 글쓴이에게는 한으로 남아있지만 '공교육습지교육결의안' 람사르총회 통과를 다시 한번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도내의 작은 학교들이 폐교 위기에 놓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 마련은 경남교육감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적어도 독일과 유럽 환경도시처럼 환경과 교육, 건강 그리고 생태복지 등 비정치적인 문제들에서 지자체장들이 협치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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