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험에 든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받을 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수험생과 가족, 지인 모두 "수고했다"고 소리 내어 반긴 까닭이겠다.

17일 오후 4시 창원명곡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4시험장) 앞, 모자부터 신발까지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한 학부모가 가만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느냐고 묻자 대답을 꺼렸다. 조금이라도 부정을 탈까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수험생 자녀가 나올 때까지, 간절한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반면, 한 50대 학부모는 수험생 자녀를 아침에 배웅할 때 "잘 치르고 오라"며 무던하게 보냈다고 말했다. 마중도 "수고했다"며 담담하게 대할 참이라며 그는 웃었다.

"지망한 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만 나오면 될 테니, 아이가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 저녁은 무얼 먹을지나 고민하겠습니다."

'반수'를 하는 친구를 마중하려고 몰래 수험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류모(19) 씨는 "기대한 만큼 점수는 나올 테니 삼수는 안 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17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경일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끝내고 나온 수험생(오른쪽)이 선배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17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경일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끝내고 나온 수험생(오른쪽)이 선배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4교시 종료 시각인 오후 4시 37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26시험장) 정문 앞 도로는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 차량으로 가득했다.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거나 팔짱을 끼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등 초조한 모습으로 자녀를 기다렸다.

1시간 전부터 딸 아이를 기다린 박서현(51·마산합포구) 씨는 온종일 아버지 산소와 절을 오가며 기도를 했다. 박 씨는 "오늘 하루 휴가를 쓰고 왔는데 평소에 기도를 못 했던 만큼 열심히 했다"며 "딸을 만나면 수고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둘째 딸 마중을 나온 신정숙(50·마산회원구) 씨는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가 시작됐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제대로 집중을 못 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후 5시,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인파 속에서 박수와 수고했다는 격려가 흘러나왔다.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과 홀가분한 웃음을 짓는 학생이 뒤섞인 정문 앞은 어느새 만감이 교차하는 장소로 변했다.

수험생을 붙잡고 난이도나 앞으로 계획을 묻자 돌아온 답은 천차만별이었다. 휴가를 내고 수능을 치렀다는 장병 수험생 임장훈(20) 씨는 "국어는 쉬웠으나 과학탐구가 어려웠다"며 "다음 주 휴가 복귀까지 쉬면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민(18) 군은 "전반적으로 평범했다"며 "친구와 노래방을 가지 싶다"고 말했다.

이도은(19·마산회원구) 학생은 "후련하면서도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도 든다"면서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가기로 했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와 함께 부모님을 기다리던 박주연(19·마산회원구) 학생은 "이제는 억지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돼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밤새 게임도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환석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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