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도내 수험생 3만 139명 시험치러
“수능 끝나면 여행 가고 싶다” 수험생 바람
수험생 배웅하는 학부모의 애틋한 마음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아침이 밝았다. 이제는 수험생의 시간이다. 도내 수험생 3만 139명이 도내 116곳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 입실은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 수험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거나, 친구와 함께 환하게 웃으면서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1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10시험장)로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1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10시험장)로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긴장감 안고 시험장으로 = 17일 오전 6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10시험장) 앞에서 만난 김승원(19‧의창구) 학생은 “부담 갖지 말고 시험을 쳐야 하는데 지금 많이 떨린다”며 “시험만 끝나면 휴대전화도 최신 기종으로 바꾸고, 2월에는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갈 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 이나령(19‧의창구) 학생이 곧이어 도착했다. 이 학생은 “차가 막힐 것 같아서 일찍 나왔는데 시험 끝나면 잠부터 자고 싶다”며 “생명과학 과목이 운에 따라 점수 차이가 커서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23시험장) 인근은 고요했다. 아침 공기가 쌀쌀한 탓에 학생들은 겉옷을 움켜쥐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17일 오전 7시 30분께 수능이 치뤄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구 제23시험장)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박신 기자
17일 오전 7시 30분께 수능이 치뤄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여자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구 제23시험장)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박신 기자

친구와 함께 도착한 최유진(19·마산합포구) 학생은 "잠을 4시간밖에 못 잤는데 너무 떨리고 불수능일지 물수능일지 가늠이 안 된다"면서 "수능이 끝나면 운전면허를 따고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 가려고 한다"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님 배웅을 받으며 도착한 김수현(19·마산합포구) 학생은 "수능 한 달 전부터는 수능시간표에 맞춰 밥 먹고 공부하면서 살았다"며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인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전 7시가 다 되어가자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이 늘었다. 입 안 가득 초콜릿을 먹으면서 걷던 송도윤(19‧의창구) 학생은 “어제 오후 11시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는 괜찮더니 시험장에 가까워지니 긴장되기 시작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박세진(19‧의창구) 학생은 시험장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섰다. 그는 “수능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여러 생각이 들어서 긴장하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며 “1교시 시험이 국어인데 아침에는 긴장도 되고, 집중력도 흐트러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창원여자고등학교 앞 도로는 수험생 학부모 차량으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부모님과 인사를 나눴다. 창원중부경찰서 모범운전자회원들이 교통정리를 도우면서 수험생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큰 목소리로 건넸다.

창원중부경찰서 모범운전자회원 김권수(66) 씨는 “저 마음이랑 같다”며 시험장 앞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현수막에는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말이 쓰여있다. 김 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험장 앞에 나와서 교통정리를 돕고 있다”며 “모범운전자들이 봉사활동으로 매년 수능 시험장을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장 따듯하게 덥힌 ‘자식 사랑’ = 수험생 학부모의 자식 사랑도 두드러졌다. 한 아버지는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찍기 위해 다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시험장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아들을 껴안는 어머니도 보였다. 두 손을 흔들며 배웅을 마친 학부모들은 뒤돌아서 긴 숨을 내쉬었다.

17일 오전 창원경일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9시험장) 앞에서 아들과 엄마가 서로를 꼭 껴안고 있다. /김다솜 기자
17일 오전 창원경일고등학교(경남교육청 88지구 제9시험장) 앞에서 아들과 엄마가 서로를 꼭 껴안고 있다. /김다솜 기자

수험생 학부모 양지은(45‧의창구) 씨는 “첫째가 수능 치를 때보다는 마음이 편했지만 부모 걱정은 끝이 없는 거 아니겠느냐”며 “오늘따라 유달리 긴장하는 모습에 편하게 시험을 치고 나오라고 말해줬다”고 웃었다.

또 다른 수험생 학부모 김길우(51‧의창구) 씨는 “괜히 불안해서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도시락은 챙겼는지, 필기구는 다 가져갔는지 확인했다”며 “그동안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시험 끝나면 실컷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의 첫 수능을 응원하러 온 이정민(52·마산합포구) 씨는 긴장된 마음을 달래느라 애썼다. 그는 “아이도 긴장될 텐데 엄마가 긴장된 모습을 보이면 더 불안해할까 봐 최대한 침착한 척을 했다"면서 "잔병이 많은 체질이라 세 끼 잘 챙겨주고 영양제도 먹이면서 건강관리에 많이 신경을 썼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수진 무학여자고등학교 3학년 3반 담임이 17일 오전 수능을 치러 온 학생을 격려하고 있다. /박신 기자
허수진 무학여자고등학교 3학년 3반 담임이 17일 오전 수능을 치러 온 학생을 격려하고 있다. /박신 기자

배명진(47·의창구) 씨는 자녀가 두고 간 도시락을 챙겨 다시 학교를 찾았다. 배 씨는 "아이가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 덤덤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될 것"이라며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교 정문에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온 교사들도 보였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눈을 맞춰 인사하며 한 번씩 꼭 안아줬다. 허수진(50·무학여자고등학교 3학년 3반) 교사는 "2학년 때부터 같이 3학년으로 올라온 학생들이라 더욱 정이 깊다"며 "수능을 잘 못 보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졸업하는 그날까지 마무리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다솜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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