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없는 출판기념회 감동
작가의 선한 영향력 스며든 자리

전희식 작가의 12번째 출판기념회가 지난 12일 함양 용추예술촌에서 열렸다. 준비팀 일원으로 차량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장수군 장계면 농가를 찾았다. 출판기념회 준비물이 방 한가득 놓인 가운데 작가님은 신간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방대한 행사 준비를 혼자서 다 하는 모습이 좀 의아하게 여겨졌는데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탄소제로 출판기념회를 마련하려다 보니 포스터 인쇄물을 마다하고 안내장과 글자를 종이에 매직으로 쓰고 일부는 프린터로 출력했다. 글자를 붙일 골판지도 보였다. 행사 제목도 남의 나라말인 '북토크'가 아닌 '책 수다'인 걸 보면 작가의 의식 세계를 알 수 있었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스테인리스 컵, 집에서 사용하는 접시, 쓰레기봉투, 행주까지 모두 챙기고 보니 끌고 간 내 경차가 가득 찼다.

함양 용추예술촌에 도착해 접수대에 책을 놓고 무대 쪽에 음향기기를 설치했다. 창원 사는 고향 친구가 색색 떡과 귤·방울토마토를 가져와 풍성하고 싱싱한 다과가 마련되었다. 음료는 작가님이 평소 마시는 고가(?)의 보이차를 끓여 놓았다. 보이차의 묵직한 맛에서 단순한 작가를 넘어 수행자, 자연철학자로서의 깊이까지 엿볼 수 있었다.

단아한 모습의 딜위(찔레꽃의 옛말) 님 사회로 내빈 소개가 시작됐고, 내가 맡은 작가 소개 차례로 이어졌다. 작가의 신뢰가 힘이 되어 마이크를 잡고 너스레를 더해 소개를 마쳤다. 작가 소개가 어렵지 않았던 것은 그가 많은 말이나 포장이 필요 없게 '습관 된 나를 넘어'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거울과 같은 선한 영향력으로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분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져도 천한 평가를 받는 부끄러움을 일상처럼 보게 되는 요즘, 한 사람을 질리지 않고 기대하게 되고, 그 사람 책을 감격스럽게 읽고 기다리게 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힘이라 여겨진다.

용추예술촌 박유미 관장의 인사는 한 폭의 가을 풍경화같이 동창으로서의 정과 격려를 가득 담고 있었다. 중학 동기 윤병묵 님의 색소폰 연주는 용추계곡을 쩌렁쩌렁 울렸다.

모든 것에는 반전이 있어야 재미와 기억 폭발이 일어난다. 공연 초대에 갑작스레 대담까지 맡게 된 연극인 박현광 님의 입담은 작가를 적잖이 당황케 했는데 '집에 신발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더라', '자연밥상이라고 직접 차려주는 밥이 맛없더라'는 기습발언이 그것이다.

지붕에서 마당으로 줄지어 점프를 해 대고, 신발장이건 툇마루건 가리지 않고 스크래치(발톱 긁기)를 내는 야옹이가 4마리나 있는 데다가 모녀지간인 까몽이와 이쁜이가 신발을 물어 던지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셨나 보다. 거름조차 주지 않고 키우는 자연 농산물은 각종 양념에 입맛을 지배당한 사람은 그 진가를 잘 모를 것이다.

아뿔싸! 비가 후드득 내린다. 책이 젖으랴, 음향기기 정리하랴, 비 피하랴, 정신없을 상황에 역시 출판기념회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경이 펼쳐졌다. 비를 맞으면서도 떠나기 전에 책을 사려고 인파(?)가 몰려든 것이다. 흐뭇함이 가슴 가득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실내로 옮겨 조촐한 2부가 마련되었는데 남은 이들의 소개와 소회로 감흥을 나누었다.

이날 <습관 된 나를 넘어> 책을 만난 이들이 마음 챙김, 바라보기, 쓰레기 없는 삶, 자연식물식, 과잉 감정, 과핍 사회 등등을 접할 때 순간순간 한 번 더 멈칫하는 자신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

/김경미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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