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문화살롱' 주도로 만들어진 창원지역 합창단
15일 밤 창동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창단식 열려
"장애인들이 즐겁게 노래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시인 김소월이 쓴 시를 노랫말로 삼은 동요 ‘엄마야 누나야’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문화예술공간 이은문화살롱에 울려 퍼졌다. 지난 15일 오후 7시께 열린 남쪽바다 합창단 창단식에서다. 이번 행사에서 합창단원 20여 명은 흰 상의를 입고 노래를 불렀다. 단원들이 낸 목소리는 30평 남짓한 공간 안을 가득 메웠다. ▶지난 7일 자 18면 보도

남쪽바다 합창단이 지난 15일 오후 7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문화예술공간 이은문화살롱에서 열린 남쪽바다 합창단 창단식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 합창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최석환 기자

남쪽바다 합창단은 이날 창단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행사는 창단을 주도한 이은혜 이은문화살롱 대표(이은심리상담센터 소장)와 박기헌 이은문화살롱 운영위원장(박기헌치과 원장) 인사말, 내빈 인사말, 단원 소개, 시 낭송, 노래 합창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합창단원을 비롯해 이옥선 전 경남도의원, 설진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남쪽바다 합창단은 창원·진주지역 지적장애인 20명과 비장애인 20명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화합을 도모하고자 만들어졌다. 30여 년간 심리상담과 심리치료를 해온 이은혜 이은문화살롱 대표 제안으로 단체가 꾸려진 뒤 창원시느티나무부모회 등 지원을 받아 단원이 모아졌다.

남쪽바다 합창단이라는 이름은 심신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주던 옛날의 마산 바다, 남쪽 바다처럼 노래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최석환 기자
남쪽바다 합창단원들. /최석환 기자

이 대표와 박 운영위원장이 합창단을 총괄 운영한다. 이옥선 전 경남도의원과 윤현주 마산대 아동미술학과 교수, 문석호 전 울산 정신건강증신 센터장(문석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등은 단체 운영위원으로 참여한다. 바리톤 조승완이 합창단 지휘를, 창원대 음악과 재학생인 이지원 씨가 반주를 맡는다.

이은혜 이은문화살롱 대표(이은심리상담센터 소장)가 남쪽바다 합창단 창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기헌 이은문화살롱 운영위원장(박기헌치과 원장)이 남쪽바다 합창단 창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날 창단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창단식을 찾은 단원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김종현(26) 씨와 함께 합창단에 가입했다고 밝힌 이진숙(53) 씨는 “아들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용기를 내서 가입을 결정했다”며 “아들이 자폐가 심해서 가입이 불허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다들 이해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우리 아이로 인해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있지만,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손녀 김세영(24) 씨와 함께 합창단원이 된 이태금(74) 씨는 “우리 손녀딸이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며 “장애 3급이라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사람과 많이 부딪히다 보면 손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합창단에 가입하게 됐다. 이번 활동으로 손녀가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승완(맨 왼쪽) 바리톤이 남쪽바다 합창단 창단식에서 노래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남쪽바다 합창단은 추후 단체 공연과 더불어 내년에 열리는 장애인합창대회 참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추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활동을 할 계획이다. 박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2주마다 정기적으로 공연 연습을 할 예정이다. 지휘자 선생님과 논의한 뒤 정기 공연도 열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즐겁게 노래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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