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산업화 성공 사례
체계적인 발굴·기록 필요

지금까지 살펴봤듯 창원산단이 지역과 주민에게 끼친 영향은 막대하고, 동시에 그 음영은 복합적이다. 창원시의 산업·노동에 오래도록 관심을 쏟아온 정성기(64) 경남대 부동산경제금융학과 교수에게 산단의 의미를 물었다. 

정 교수는 설명했다. "창원산단의 성취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닐 정도로 큽니다. 산단은 한국형 근대화 혁명의 성공이었고, 중심국·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며 마산수출자유지역과 함께 '합포만의 기적'을 이룬 것이지요. 또 산단은 방위산업 발전을 특화해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고 남한이 남북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일조했죠."

정성기 경남대 교수
정성기 경남대 교수

그는 이어 산단의 그늘에 관해서도 평가했다. "창원의 공업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대규모·급속도로 진행됐죠. 순식간에 3개 면 원주민들의 전통적 삶이 해체되면서 상부상조·자연친화적 공동체문화와 마을 자치 역량이 소멸됐죠."

정 교수는 '공단의 기억'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우리 역사는 독재적 산업화, 부마·6월 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를 거쳐 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까, 롤모델로 삼은 서구 선진국이 정치·경제·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와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이 눈앞에 들이닥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역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겠지요." 

끝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창원 개발·도시화의 과정과 전후의 기억을 각계가 협력해, 한국형 산업화의 큰 콘텐츠로서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의 성과는 살리고 전통적 공동체 가치관도 회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로써 지역과 세계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위기 해결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이번 공단의 기억 기획은 그 본격적인 작업의 단초가 되겠죠." <끝> 

/강찬구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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