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담은 꽃·풀잎 등으로 꾸민
동그란 형태 벽걸이 장식품 눈길
시간의 흐름 따라 변화하는 빛깔
창원시 진해구 이프 공방서 체험

찬바람이 뺨을 스치며 어느덧 겨울이 문을 두드린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트리를 비롯한 각종 장식품이 구매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멋스럽게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벽이나 문에 걸어두기에 충분한 ‘리스(wreath)’가 떠올랐다. 자연에서 온 풀·꽃잎을 활용해 리스를 만드는 공방을 찾고 또 찾았다.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2f.episode(이프)'는 드라이플라워·캔들 만들기 전문 공방이다. 지난 11일 공방에서 배정민(48) 대표와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고, 사계절을 표현한 리스 소품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초록의 침엽수 비단향 위에 빨간색 페퍼베리와 은색을 입힌 안개꽃을 듬성듬성 장식하고 갈색 리본으로 꾸미면 크리스마스 리스 완성이다. /박정연 기자
초록의 침엽수 비단향 위에 빨간색 페퍼베리와 은색을 입힌 안개꽃을 듬성듬성 장식하고 갈색 리본으로 꾸미면 크리스마스 리스 완성이다. /박정연 기자

◇소원·희망을 부르는 리스의 기원 = 리스를 한국어로 바꾸면 화환이나 화관이다. 꽃·잎·열매·가지·덩굴 등을 이용해 둥글게 만들어 장식에 이용한다. 머리에 쓰는 월계관을 떠올리면 쉽게 연상된다.

리스는 고대 게르만족 사람들이 수확한 밀이나 곡식을 꼬거나 엮어 1년 내내 문에 매달아 액운을 막는 신선한 부적으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유럽 등에서는 리스를 현관문이나 빛이 들어오는 창문에 걸어두면 축복이 온다 하여 집집 마다 걸어두기도 하고, 새해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한국에도 새해 복주머니나 복조리를 달아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는데 의미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원형의 형태는 사계절의 순환을 상징하고, 푸름은 강인한 생명력과 부활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연 친화적인 리스 선택 늘어 = 가정에서 장식용으로 쓰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대부분 인공 나무인 플라스틱이다. 물론 가정마다 자연에서 숨 쉬는 나무를 뽑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일은 권장할 일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나무를 덜 없애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볼까 고민 끝에 ‘리스’를 찾게 됐다.

배정민 대표는 “시중에 판매하는 리스를 많이 찾는데 대부분 플라스틱 나무나 조화로 만들어져 색도 변하지 않고 가격면에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운영하는 공방은 자연 꽃을 말리는 드라이플라워 방식으로 리스를 만드는데, 가격 면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플라스틱 리스보다 비싸지만 희소 가치나 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분들이 주로 찾는다”고 밝혔다.

배정민 2f.episode(이프) 대표. 창원시 진해구 돌리로에 공방이 있다. /박정연 기자
배정민 대표. 창원시 진해구 석동 돌리로에 '2f.episode(이프)' 공방이 있다. /박정연 기자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도전 = 겨울에도 푸름을 간직한 침엽수와 붉은 열매를 올려 세상에 하나 뿐인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어 봤다. 무엇보다 만드는 내내 나무 냄새가 코끝을 싱그럽게 간질여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침엽수 여러 종류 중 비단향을 골라 활용해 원형 틀 위를 빼곡하게 채운다. /박정연 기자
여러 침엽수 중 비단향을 골라 마 덩굴 위를 빼곡하게 채운다. /박정연 기자

우선 지름 15㎝, 25㎝ 중 마음에 드는 크기의 동그란 리스 틀을 선택한다. 리스 틀은 칡이나 마 덩굴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말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미리 말려둔 것을 사용했다. 그다음 크리스마스 느낌을 살리고자 초록의 침엽수를 고른다. 침엽수 종류도 비단향·삼나무·편백·더글라스·에버그린·블루버드 등 다양하다. 이날은 비단향을 선택해 비스듬한 방향으로 차곡차곡 채우니 어느새 새둥지 모양의 풍성한 리스가 형태를 드러냈다. 여기에 빨간색 페퍼베리와 은색 안개를 듬성듬성하게 꽂고, 갈색 리본을 달면 완성이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구상을 하고 재료를 선택하고, 모양을 잡아 완성하는데 1시간 남짓 걸렸다.

단풍잎, 스칸디나비아모스 등을 활용해 만든 가을 감성의 리스. /박정연 기자
단풍잎, 스칸디나비아모스 등을 활용해 만든 가을 감성의 리스. /박정연 기자

◇봄·여름·가을·겨울 담긴 리스들 = 리스 하면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만 생각하고 찾아갔던 공방에는 무한한 자연 재료로 만든 리스가 가득했다. 수국·장미를 말려서 장식한 리스부터 솔방울·목화·팔각 등을 활용한 리스까지 무궁무진했다.

배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공방을 찾는 이들이 오히려 늘었는데 이유를 들여다보니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도 많았고, 우울감을 극복하고자 만들기를 해보고 싶어 찾아오는 분들도 제법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마른 꽃에는 벌레가 생긴다거나 시든 식물을 집안에 두기 싫다는 등 드라이플라워에 대한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꽃이며 나무며 색이 변하는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는 데 흥미를 느껴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화, 솔방울, 팔각 등 넛츠 재료를 활용해 만든 리스. /박정연 기자
목화, 솔방울, 팔각 등 넛츠 재료를 활용해 만든 리스. /박정연 기자

 

리스를 만드는 기본 재료는 말린 꽃·열매 등이다. 드라이플라워는 날마다 색이 변해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색상 변화로 생화에는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앤티크 소품과 잘 어울려 장식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어디에 놓는 지에 따라 빠른 변색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 걸어두는 것이 좋다. 바쁜 일상 속에 천천히 그 변화를 느껴보는 자연재료 리스, 시작도 끝도 없는 그 원형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평온함이 밀려온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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