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학신문 기자로 페미니즘 강연을 취재한 적이 있다. 강연자는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중계방송에서 일어난 성차별 발언을 사례로 설명했다. 당시 한 방송사는 유도 여자 경기 중계에서 몽골 선수를 향해 "살결이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다른 방송사는 펜싱 경기 중계에서 한국 선수를 두고 "저렇게 웃으니 미인대회에 출전한 선수 같다"며 외모를 평가했다.

다수 언론이 해당 발언을 비판했고 시민들도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 강연자는 "한국 사회가 여성 선수를 설명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며 "여성을 '예쁘다' 말고는 다른 칭찬할 말을 모르는 사회"라고 일갈했다.

6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얼마 전 열린 여자야구대회 유튜브 중계에서는 2016년 리우올림픽 중계와 유사한 발언이 나왔다.

한 해설자는 "이런 말씀 드리기 조금 그렇지만 ㄱ 선수는 얼굴로 공을 던지는 것 같아요"라며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셔서…"라고 말했다. 끝난 줄 알았던 외모 평가는 다른 해설자 입에서 다시 나왔다. "외모도 출중하고 지성을 겸비한 ㄱ 선수의 투구."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음에도 이를 제지하기보다 반복해서 언급하며 동조한 셈이다.

해당 유튜브 중계는 한국여자야구연맹 누리집 공지사항에 안내된 사실상 공식 중계였다.

해설진이 미모가 출중하다고 평가한 선수는 그날 결승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다. 물론 ㄱ 선수 실력을 칭찬하는 해설도 경기 중간중간 이어졌다. 그럼에도 여성 선수를 선수 이전에 여성으로 바라본 발언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원재 문화체육부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