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성소수자 혐오 표현
헌법에 명시된 교육 받을 권리까지 포기
"대학 강의에서 혐오 표현 오가도 제지할 방법 없어"
다양성 보장 못하는 대학...소수자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것

최근 인제대학교 성소수자 공동체 아이큐(IQ)는 정식 동아리 심사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표현을 들었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아이큐는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있으니 정식 동아리 등록은 안 하는 게 어떻겠느냐”, “동아리방이 생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0일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혐오 발언을 한 사람들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학 본부에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교육, 동아리 활동 인권 규정 신설 등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인제대 동아리 심사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까지 퍼졌고, 일부 학생들은 익명성에 기대 “성소수자는 정신병”, “더럽다”는 등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전국 60여 개 대학에 성소수자 동아리와 퀴어 모임이 있지만, 차별과 괴롭힘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도내 일부 대학에서도 이런 이유로 성소수자 동아리가 사라지기도 했으며, 있어도 정식 동아리 등록이 어려워 대학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인제대학교 본관 앞에서 성소수자 공동체 아이큐(IQ)가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지난 10일 인제대학교 본관 앞에서 성소수자 공동체 아이큐(IQ)가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대학에서 거부당하는 성소수자 = 성소수자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라고 불린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 성 정체성을 찾는 이들을 퀘스처닝(Questioning)이라 부르면서 통칭해서 LGBTQ+라고 표기한다. 성소수자를 일컫는 명칭은 다양하다. 이들은 ‘이상한’이란 뜻이 담긴 퀴어(Queer)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을 ‘이상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은 괴롭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퀴어는 이상하지 않다.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도내 한 대학의 18학번 ㄱ 씨는 양성애자고, 무성애 성향이 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동성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학교 안에 상담센터와 인권센터가 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말할 곳이 없어 혼자서 끙끙 앓았다.

대학 내에서 성 정체성을 밝히면 졸업하고 나서도 성소수자라는 낙인이 따라붙을 수 있어 고백이 쉽지 않다. ㄱ 씨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성소수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일상적으로 구별을 짓고, 욕을 했다”며 “성소수자를 안 좋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섭다고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도내 한 대학에 다니는 20학번 ㄴ 씨는 성별을 구분 짓지 않고 애정을 느낀다. 동성애인과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꺼내놓고 싶어도 상대방이 성소수자를 싫어하면 어떡할까 부담을 가진다.

그는 “어디선가 10대 성소수자는 우울증,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를 봤는데 우연이 아닐 거 같다”며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거 같다고 느낄 때 그 사실을 말할 수 없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정말 힘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고정된 성역할 강조하는 대학사회 = 대학에서의 성소수자 배제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 받을 권리까지 포기하게 만든다. ㄱ 씨는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놨다. 어느 날 강의 시간에 ‘퀴어문화축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성소수자를 향한 모욕적인 말들이 강의실을 메우자 한 친구가 갑자기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이후 그 친구는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ㄱ 씨는 “대학 내에서 교수가 혐오 표현을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강의 평가서에도 교수가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항목이 없다”고 비판했다.

ㄴ 씨는 대학 교양수업에서 “사람은 이성애를 해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교수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아이 발달단계를 배우면서도 여성은 엄마가, 남성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배웠다. 다른 강의 시간에서는 동성애를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배우기도 했다. 고정된 성역할을 가르치는 대학은 성소수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며, 또 다른 동성애 혐오자를 생산해내는 역할을 한다.

ㄴ 씨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방치하면 또 다른 약자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안에서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는 문제가 거론됐는데 ‘털 달린 바퀴벌레’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봤다”며 “대학이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동물, 장애인, 여성 등 권력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공격성을 쉽게 띨 수 있다”고 짚었다.

20학번 대학생 동성애자 ㄷ 씨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성소수자가 분명히 있고, 우리 사회는 연결돼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며 “내 주변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거나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ㄷ 씨는 “넓게 보면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다른 사람까지도 존중하는 영역”이라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모든 구성원이 잘 섞여서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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