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공하지 않은 중년 28명
한정현 지휘자에게 배우고 익혀
연습 거듭한 덕 막바지 합 맞춰
발표회서 6곡 합창 '박수갈채'
"힐링 시간…참여하길 잘했다"

미라클 오페라 합창단이 지난 11일 오후 5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합창으로 함께하는 오페라 앙상블 발표회'를 열고 그간 연습해온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지휘는 한정현 바리톤이 맡았다. /최석환 기자

김해시 내동에 있는 김해문화의전당은 문화예술이 싹트는 공간이다. 문화를 전파하는 예술인들과 이를 누리려는 시민들이 한 데 엉켜 온기를 내뿜는 곳이기도 하다. 같은 장소여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문화를 만끽하는 방법이 다르다. 공연을 보거나 전시를 훑는 것뿐 아니라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거기서 배운 내용을 공연하는 이도 있다. 배우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치는 사람도 있는 법. 어느 쪽이든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인 곳에는 문화가 흐리고 긍정 에너지가 퍼진다.

2008년 창단한 김해가야오페라단(이하 오페라단)은 지역민들에게 오페라를 가르치며 문화를 전파해온 단체 중 한 곳이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김해문화재단이 주관한 ‘합창으로 함께하는 오페라 앙상블, 미라클 오페라’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시민 합창단인 ‘미라클 오페라 합창단’을 이끌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1월 11일까지 5개월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일반 시민들과 호흡하며 오페라를 교육했다.

미라클 오페라 합창단원들. /김해문화재단

이때 단체가 이끈 시민 합창단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들이었다. 1기(16명)와 2기(12명)로 나뉘어 뽑힌 합창단원(28명) 연령대는 대부분 40~50대였다. 이들은 교육을 총괄한 한정현(43·바리톤) 씨 지휘 아래 오페라 정의와 세계 오페라 합창 체험, 이탈리아 벨칸토 발성법, 오페라 앙상블 문화예술교육 등을 배웠다. 최햇살(36·소프라노) 씨는 보컬 교육을, 박선하(35) 씨는 피아노를 치며 교육을 꾸몄다.

교육은 20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기수별로 6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오전반(오전 10시~낮 12시)과 오후반(오후 1시~3시)으로 나눠 이뤄졌다. 연습 당일마다 단원들은 마법의 피리, 호프만의 뱃노래, 여자의 마음, 마이 웨이(My Way),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축배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 등 6곡을 노래했다. 함께 목소리를 내며 합을 맞췄다.

비전공자인 일반 시민들이 꾸민 합창이다 보니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 막바지에 접어들자 좀처럼 맞지 않을 것 같던 합이 끝내 맞춰졌다. 쉬는 날에도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연습을 이어온 결과였다. 합창단은 그간 연습해온 노래를 선보이는 자리였던 오페라 앙상블 발표회(지난 11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합창곡(6곡)을 들고 관객 앞에 섰다. 3줄로 줄지어 선 단원들은 준비된 음악을 차례차례 합창하며 울림을 줬다. 객석에서는 중간중간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미라클 오페라 합창단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맨 왼쪽부터 최우영(67), 김삼순(66), 김진아(54), 김명희(49) 씨. /최석환 기자

합창단원으로 참여한 김진아(54) 씨는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합창단에 참가하게 됐다”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여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휘자님이 교육 시간보다 항상 일찍 와서 교육을 준비하는 걸 보고 열정이 남다르다고 느꼈다”며 “이런 분과 함께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또 시간 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2011년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구성된 시니어 합창단 '청춘합창단' 2기로 활동한 바 있는 김삼순(66) 씨는 “다른 합창단을 많이 다녀봤는데 이번 선생님처럼 콕 집어서 알려주는 분이 없었다”며 “야단도 치시면서 잘 알려주셨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컸다. 혼나면서도 정말 재밌게 활동했다”고 했다.

시민 합창단 활동은 지난 성과발표 형식으로 치러진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오페라단은 순식간에 모든 일정이 끝나 아쉽다면서도, 합창단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정현 씨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시민들이 오페라 합창을 잘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면서 “수십 명이어도 한 사람처럼 소리를 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모두 잘 따라와 주셔서 활동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주 한주 교육할 때마다 '이게 왜 되지?'라는 생각에 매주 놀랐다”며 “김해시민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소양, 역량이 높았던 것도 놀랐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이런 프로그램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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