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책임론 방어 닦달, 야권은 공세 수위 강화
경찰과 소방 내부 불만 커지고 국민 여론도 안 좋아
당내에선 친윤-비윤 의견 차에 지도부도 처지 난감
14일부터 선수별 간담회 열어 국정조사 대응 논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과 문책 범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문제를 풀고자 14일부터 당내 4선 의원 회동을 시작으로 선수별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수용 거부 방침인 국정조사 관련 태도를 전환하는 등 야당과 타협점을 찾고, 당내 갈등을 봉합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기조에 따라 ‘선 수습 후 문책’을 강조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11일에도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하고, 정치적 공방은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실이 책임 추궁을 두고 현장 경찰 꼬리 자르기식 태도를 보이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끌어안으려는데 따른 국민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손을 벌벌 떨며 참사 현장 수습을 지휘한 용산소방서장이 형사 입건되고, 50대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이 장관은 “나라고 폼나게 사표를 던지고 싶지 않겠느냐”는 발언으로 국민 공분을 샀다.

경찰·소방 조직 내에서도 “우리를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소방노조는 아예 이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에 ‘장관과 수석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고 문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련 권성동·장제원·이용 등 친윤 의원들이 대통령실 편에 서서 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닦달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안철수·유승민 등 유력 당권 주자들은 연일 대통령실 태도를 비판하고, 국정조사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정치적 책임 추궁’을 미루고 당내 분란상을 계속 보이는 건 참사 관련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더욱 달래기 어렵게 한다.

야권은 24일 국정조사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부터 서울 여의도역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별검사(특검)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으로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이재명 당 대표에게 있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국민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14일부터 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며 참사 책임자 문책과 국정조사 여론에 더욱 불을 지핀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국민의 숫자가 늘어나면 여론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야권 국정조사 추진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도 맞물린 만큼 야권과 국정조사를 수용할 타협점 찾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국정조사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 당도 들어가서 야권의 일방적 주장을 견제·비판하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가 이른 시일 내 나오고, 장관 등이 정치적 책임을 진다면 야권 단독 국정조사에 김이 빠지겠지만,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도 참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다만 국정조사 요구서에 ‘대통령실 용산 이전 연관성’, ‘참사 당일 마약 범죄 수사 여부 관련’ 등이 담겨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 주된 시각이다. 한 다선 의원은 “국민이 압사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한 것을 다 아는 마당에 무슨 용산 이전이니 마약 수사니 하는 것들을 국정조사 대상에 둔 것만 봐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와 정쟁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느냐”고 했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정조사 관련 야당과 협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14일부터 이뤄질 선수별 간담회는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응 관련 초선과 중진들 의견을 종합해 한목소리로 다듬는 구실을 할 전망이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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