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경남협회장 창원시 임기제 채용돼
문학계 "부적절…회장직이라도 사퇴해야"

이달균(65) 경남문인협회 회장이 홍남표 창원시장 연설문을 쓰는 공무원으로 채용되면서 문학계에서 설왕설래 구설에 올랐다.

이 회장은 11월 1일 자로 창원시 뉴미디어담당관 시보편집실(7급 상당 임기제)에 발령났다. 이 회장은 "문인협회의 장이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례는 많고 협회 내부 규칙에도 관련된 조항은 없고 마산문인협회장 시절에도 통영시로 갔었다"며 "문인협회장직이 무급 봉사직이기 때문에 공무원도 하고 교육장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공직자로서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앞서 통영 시사 편찬 업무를 맡았다가 이번 임명으로 창원으로 왔다.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문인들을 대표하는 단체장이 시사 편찬 일과 자치단체장 연설문을 쓰는 역할은 다르다.

문학계에서 문인단체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설문을 쓰는 업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년에 이어 올해 연임한 이 회장 임기는 내년 말까지이며, 창원시 시보편집실 발령 이후에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경남문인협회가 지난 8월에 개최한 제1회 경남청년문학상 시상식 모습. /경남도민일보DB
경남문인협회가 지난 8월에 개최한 제1회 경남청년문학상 시상식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장진석 마산문인협회 사무차장은 경남문인협회 수장이 자치단체장 인사말이나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 사무차장은 "정 그러시려면 문협 회장 자리를 사퇴하고 가시는 게 전체 문인들에게 맞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작가회의에서도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박덕선 경남작가회의 회장은 "이달균 경남문인협회장이 창원시장의 연설문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또 거기에는 몇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서 "얼마 전 마산문학관을 이은상을 기리는 노산기념관으로 명칭을 바꾸자는 창원시의회 5분 발언으로 시끄러웠는데, 홍남표 시장이 국내 최대 문인단체인 문인협회의 힘을 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최근 창원시의회에서 노산기념관으로 명칭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오고 독재 정권에 부역한 문인인 이은상 기념사업을 둘러싼 지역사회 해묵은 갈등이 되살아나려 하자 민주운동 단체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3.15의거기념사업회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발언한 시의원에게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었다.

박 회장은 "경남문인협회에서 이은상문학관 추진 움직임이 공식화되면 희망연대나 경남작가회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는 얘기가 이사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인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수입이 없는 명예직이다 보니 호구지책으로 그런 일을 맡은 것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임창연 마산문인협회 부회장은 "원래는 통영에 있었는데 가까운 곳으로 옮기신 것 같다"며 "우리 문인들로 치면 도지사급인데 시의 업무를 보는 게 그렇긴 하지만 오히려 창원시로부터 예산을 받지는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덧붙여 "직책상으로는 그렇게(부적절하게) 볼 수 있겠지만, 내년이면 경남문인협회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생활이 어려우니까 호구지책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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