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가야읍 가야시장 상인 이야기
이타적 삶 살아온 상인 애환 녹여내
"침체기 전통시장 꼭 활성화되길"

함안군 가야읍 소재 전통시장인 가야시장. 이곳에서 30여 년째 생선가게 ‘영자수산’을 운영 중인 극 중 주인공 강영자는 학창 시절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일찍이 가족을 여의고 동생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철저하게 희생하는 삶을 살았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이는 50대가 됐다.

어느 날 같은 시장 바로 옆 점포에서 전을 파는 안영자가 강영자에게 물었다. “너도 이제 시집 가야 않겠나?” 같이 있던 과일가게 상인 조영자도 여러 차례 결혼 얘기를 꺼내면서 시집을 가라고 거들었다. 이를 가만히 듣던 강영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나이는 시집을 갈 나이가 아이다. 갔던 사람도 돌아오는 나이다!”

<신(新) 영자의 전성시대> 속 한 장면. /극단 아시랑 

강영자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했다. 평생 시장에서 일만 하며 지냈다. 자신보다도 가족이 먼저였다.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대학도 가고 싶었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자신을 가꾸는 인생을 꿈꾸기 어려웠다. 가정환경이 그를그렇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드문드문 “시집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면서도 좀처럼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강영자는 자신의 처지도 처지지만, 그보다도 가야시장 경제 상황이 더 걱정이다. 평생 자리를 지켜온 재래새장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져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국 그는 싱싱한 물건을 팔아 다시 한번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믿음을 안고 두 영자와 함께 뜻을 모은다. 하지만, 침체기에 빠진 재래시장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新) 영자의 전성시대> 출연진 무대 인사. /극단 아시랑

함안 극단 아시랑이 지난 2~3일 오후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초연한 <신(新) 영자의 전성시대>는 같은 이름 다른 성을 가진 세 명의 영자 이야기를 비추며 전개된다. 가족을 우선시하며 살아온 가야시장 상인 이야기다. 연극은 이타적 삶을 산 이들과 더불어 가야시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있다는 걸 장면 곳곳에서 부각한다.

2일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가야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하며 긍정적 소감을 밝혔다. 정재숙(62) 씨는 “상인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잘 풀어져서 재밌게 봤다”며 “함안은 반촌이기 때문에 재래시장 활성화가 절실하다. 시장이 꼭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경효(72) 씨는 “가야시장 상인들이 와서 보면 좋을 공연 같다”면서 “시장을 살리고자 많은 사람이 지금도 애를 쓰고 있다. 하루빨리 시장이 살아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했다.

이 작품은 지난 공연을 끝으로 올해 공연이 마무리됐다. 내년에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공연을 마치고 관객 앞에선 손민규 극단 아시랑 대표는 “처음 선보인 공연이라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더 열심히 보완해서 내년 경남연극제에 출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