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환문학제 행사 중 가향문학회 노래 계획 바꿔 낭송으로
"노래는 안돼" 통보로 이경민 가수 프로그램은 아예 취소
"강요된 애도 기간으로 예술가의 목 조르지 말아야" 지적도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데이 참사를 계기로 정부에서 애도 기간을 정한 뒤 도내 많은 예술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애도 기간 중 모든 공연 행사가 취소됐다. 지난 5일 진해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 ‘진해안젤루스소년소녀합창단 음악회’도 원래 해군교육사 국악대가 사물놀이를 하기로 하였으나 애도에 참여하는 뜻에서 공연을 취소했다.

또 5일 마산합포구 진전면 다목적복지관에서 열린 권환문학제 행사도 애도 기간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일부 변경하거나 취소해 진행했다. 가향문학회는 원래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기로 하였으나 급히 시 낭송과 수필 낭독으로 전환했으며 이경민 가수의 공연은 아예 취소되었다.

행사를 개최한 원은희 권환기념사업회장은 “시와 면에서 행사에 노래를 넣을 수 없다고 완강히 요구해와서 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고 해도 예술가의 활동을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창원을 중심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국빈관진상들’의 김락현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 취소 요청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일 올린 글에서 “이태원 참사 너무도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어서 지난 일요일부터 이번 주까지 세 번의 행사와 공연을 취소했다. 그런데 19일 예정되어 있던 지역 축제에서 공연 부분만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우리에겐 공연이 일이다. 애도한다고 일을 하지 않는게 맞는가. 연주와 노래로도 충분히 애도를 표할 수 있는데 왜 유독 그것만 못하게 하는가. 3주 전에 섭외하고 지금 와서 일방적 통보로 취소한다면 그동안 준비하고 연습한 것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하는가”하고 공연예술가의 입장을 피력했다.

장순향 전 진해문화센터 본부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가는 강요된 애도 기간으로 예술가의 목을 조르는 기만을 중단하고 참사의 주범으로서 똑바로 책임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예술가의 활동도 노동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예술가는 씹다 뱉는 껌이 아닙니다. 기분 좋으하고 들러리 세워놓다가 곤란하면 쫓아내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의 창작활동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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