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전 시장 때 박물관 규모 1만 4748㎡였는데
홍남표 시정에선 거의 반토막...8000㎡로 대폭 축소

시, 외부 기관 의뢰 박물관 건립 건축기획용역 진행
용역 결과 받아 들여놓고 석 달도 안 돼 추가 감축

건립 예산 일방 축소 소식에 각계 비판 목소리 커
시 "재정 여건 탓 예산 줄어...박물관 반드시 짓겠다"

(상) 뒷전으로 밀린 새 박물관 건립
(하) 박물관 사업 이러다 좌초하나

지역대표 박물관을 만들어달라는 시민사회계와 정치계·문화재계 목소리에도 창원시는 박물관 건립사업에 쓸 예산을 삭감했다. 관련 예산 중 박물관 건물 설계비는 내년도 사업에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도 역시 해당 사업에 도비 지원을 하지 않았다. 박물관 건립 추진 동력이 사라진 분위기다. 

◇건축용역안 제시 석 달도 안 돼 또 예산 축소 = 3일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와 예산담당관실 설명을 종합하면, 시는 지난 8월 전임 시장이던 허성무 전 시장 때 1만 4748㎡(4461평) 규모로 계획됐던 박물관 건물 규모를 1만 1000㎡(3327평)로 줄였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통과조건으로 내건 △경남도비 지원계획 협의 후 가용재원 내 사업 계획 조정 △운영수지 개선방안 마련 등을 이행하고자 외부 건축 기관에 맡겨 '창원박물관건립 건축기획(건설공사 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하면서다. 시는 지난 5~8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 이 용역에 1900만 원을 썼다.

용역기관은 전국 광역시도·광역행정구역 도시별 인구수, 경남 인구수 대비 박물관 관람객 수, 지역별 박물관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박물관 규모를 1만 1000㎡로 짓자고 시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해당 규모에 따른 박물관 건축 설계도를 만들어 제시했다. 건립 비용으로는 660억 300만 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시는 해당 기관이 낸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3748㎡(1133평) 감축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는 지난달 말 용역기관에서 제시한 1만 1000㎡에서 3000㎡(907평)를 추가로 줄여 8000㎡(2420평)로 박물관을 짓겠다고 결론냈다. 용역이 끝난 지 석 달도 안 돼 또다시 건물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시는 앞서 용역기관이 매긴 ㎡당 건물 건축비(359만 3304원)를 기준으로 3000㎡를 감축할 시 약 1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정했다. 전문기관에 맡겨 산출한 결과는 아니었다. 시가 자체 계산해 건축 규모와 예산을 매겼다.

자체적으로 이를 조정할 거라면 용역을 진행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건축용역 결과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런 식으로 시 예산부서가 자체 판단해서 건립비용과 규모를 책정할 거라면 처음부터 무엇 하러 세금을 써서 용역을 의뢰해 설계도까지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용역을 맡긴 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며 “세금 낭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창원시

 

◇박물관 건립 의지 없는 지자체에 비판 목소리 = 홍남표 창원시장 취임 이후 건립사업 추진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던 상황에서 예산 삭감 소식까지 전해지자 각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시가 예산을 줄여야겠다고 판단했다면 먼저 시민들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서 대화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지자체장이 갑자기 안 하겠다며 덮어버리는 시대는 이제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은 “종합박물관 없는 100만 도시가 전국에 어디 있나”라고 반문한 뒤 “박물관 규모를 축소 시켜버리면 창원시 위상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또 “건립만큼이나 박물관 성격과 직제 문제도 중요한 만큼 이런 부분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박물관을 꼭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점차 줄다가 결국에는 박물관 사업이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도내 박물관 관계자는 “박완수 시장 때 박물관 건립사업이 추진되었다가 다음 시장인 안상수 시장 때 엎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 바람에 창원시에는 안 좋은 꼬리표가 붙어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정권과 리더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업 추진 여부가 변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역사를 보살피지 않으면 이를 살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완수 도지사 역시 통합창원시 첫 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뿌렸던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 좌초 우려에도 창원시 “도비 확보해 추진” = 이러한 목소리와 관련해 창원시는 박물관 건립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며 반드시 도비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미숙 시 문화유산육성과장은 “박물관 건립 의지가 없었다면 이번에 예산 축소가 아니라 사업 폐지를 했을 거다”라며 “재정 여건상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박물관을 건립할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도비를 확보해서 박물관을 지을 예정이다”라고 했다.

사업비 560억 원 규모로 계획된 박물관 건립사업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국고가 아닌 지방 재원으로 지방이 수행하는 사업) 운영기준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시행됨에 따라 시비 60%·도비 40%로 지어진다. 기존에는 도비 40%가 아닌 국고 40%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사업으로 추진되던 문화시설 확충사업이 내년부터 전환사업으로 바뀌게 되면서 변경됐다.

이 비율대로라면 창원박물관은 시비 336억 원·도비 224억 원이 투입돼야 건립이 가능하다. 도가 협조하지 않으면 박물관 건립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도는 시가 신청한 내년 박물관 설계비에 도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상태다.

도 관계자는 “이번에는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창원시가 얼마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건립사업을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전환사업에 무조건 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기에 창원시가 의지를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도비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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