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총책임자 직분에 외신 기자간담회 농담 구설
국민의힘 내부부터 "대통령 결단 촉구" 목소리 분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 경질 여론 확산 온 힘
여당 지도부 내 '정치적 희생' 필요성 공감 분위기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 부실 관련 정부 문책 요구 대상 범위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책임 관련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은 ‘상수’로 여겨진다. 여기에 대정부 강공 자세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질 대상에 한 총리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등 여권 일각에서도 한 총리가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질 요구 대상 범위가 커진 데는 내각을 이끄는 총책임자라는 직분 외에 지난 1일 한 총리가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보인 행동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는 미국 NBC 방송기자 질문에 “저는 잘 안 들린다. 통역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라며 동시통역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정부 책임 범위 등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나서 한 총리는 동시통역 전송 문제를 들어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며 웃음을 띤 채 농담을 던졌다.

참사 희생자 156명 중 외국인 26명이 포함된 상황. 대한민국이 자국민 안전을 왜 지켜주지 못했는지, 지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를 따지는 외신 기자들 앞에서 보일 행동으로 ‘상식 이하’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외교적 결례로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총리 경질론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지난 2일 누리소통망(SNS)에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정부를 재구성하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이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 결단을 촉구한다”며 총리 교체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동조했다. 이상민 의원은 “같은 생각”이라며 “이번 참사에 국민적 슬픔과 울분, 분노가 엄청난데 이는 정부의 면피성 태도가 기름을 부은 측면이 큰 만큼 위문하려면 총리 이하 관계 장관, 경찰총장이 책임을 일거에 져야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한 총리 경질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 정책조정회의에서 “외국인 26명이 희생돼 마련한 외신 기자간담회에 총리 혼자 웃었다. 유족과 온 국민의 슬픔을 우롱한 용서받지 못할 처신”이라면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 무능, 책임 회피성 거짓말은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여론이 더욱 확산하는데 힘 쏟고 있다. 기동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 수준이 이런 정도밖에 안 되냐. 극히 실망하고 시점에 이뤄지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무책임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한 총리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총리 외신 회견은 (공감 부족) 백미였다”며 “행정 관련 대통령 다음으로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이 그런 자리에서 그런 농담을 할 생각을 한다? 총리 직분에 이해가 떨어지거나 별로 애착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정치적 희생’ 차원에서 한 총리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이 피어오른다. 야권 국정조사 요구 방어막을 치는데 한 총리를 포함한 선제적, 포괄적인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는 것이다.

‘내각총사퇴’ 외에 정국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하는 이들도 있는 상황 속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 결단에 눈길이 쏠린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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