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 가시화
오세훈 시장, 박희영 구청장, 한덕수 총리도 가시권

156명이 숨진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112신고 녹취록’ 공개로 경찰 부실 대응이 전면화하면서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해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와 주무부처 장관이자 부적절한 언급으로 국민 공분을 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문책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할지 눈길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후 ‘추모 정국’을 이어가려던 정부는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책임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찰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 사고 우려 관련 첫 시민 신고가 있었다. 이후 신고는 10건이 더 이어졌으나 경찰은 4차례만 출동했다. 현장 조치도 신고 지점 주변 인파 해산 노력에 그쳤다. 신고 녹취록 11건에 ‘압사’라는 단어가 총 9차례 언급됐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데이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데이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치안당국 대처 미흡에 따른 ‘사회적 참사’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에 ‘추모’를 강조하며 국가애도기간을 강요한 정부·여당으로서도 ‘책임론’으로 국면 전환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없었는지 그 원인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부정적인 민심이 고조하는 가운데 자칫 그 여파가 여당에까지 미칠 것을 고려한 사실상 경질 요구인 셈이다.

정쟁을 중지하겠다고 한 더불어민주당은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며 강공 자세로 바꿨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고위 책임자들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면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게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민 생명을 못 지키는 정부는 자격이 없다’한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이태원 참사 전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대처를 꼼꼼하게 살펴 누구든지 반드시 법적, 행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두 사람 파면을 촉구했다.

책임론 범위는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오세훈 시장은 아이들을 굶긴 죄도 크지만 젊은이를 사지로 내몬 죄가 더 크다”고 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재난안전관리법에 의해서도 자치단체장은 안전 관리 의무가 있다고 돼 있는데, 서울시가 사전 예방 조치를 적극적으로 했는지는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핼러윈) 행사 전 용산구에서 사전점검 회의를 했는데 부구청장이 주재했다”며 박희영 용산구청장 책임도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신고 전화 대응 부실’을 들어 112센터 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범위보다 시기다. 112신고 내용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더욱 거세진 상황에서 문책에 시간을 끌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도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즉각 사퇴 또는 경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기를 보다 여론이 더욱 험악해지면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심지어 국무총리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장관 경질과 참사 관련 책임 범위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일단 정부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뒀고, 아직 장례 지원 등 사고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참사 관련 경질 여부와 폭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여론 추이에 따라 시기는 앞당겨지고, 규모도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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